[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서 20일 큰 화재가 발생해 주민 500여명이 긴급대피했다. 구룡마을은 비닐·합판·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로 지어진 집이 좁은 간격으로 밀집해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 구룡마을 4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한 20일 오전 소방대원들이 잔불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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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6시 27분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 주택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원 140명, 장비 43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다.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룡마을 4·5·6 구역 주민 500여명은 대피한 상태다.
현재까지 주택 10여채가 불탔고, 불이 5구역으로 옮겨붙고 있지만, 인근 대모산까지 번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 역시 헬기를 투입해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룡마을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구룡산 북쪽 자락에 있어 구룡마을로 불리고 있다.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재개발 추진사업과 관련해 공영개발이 적합하다는 서울시의 의견에 따라 구룡마을을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원주민, 토지주,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사업 운영방식과 토지 보상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30여년 가까이 사업이 표류 중이다.
이운철 구룡마을 자치회 부회장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전기 누전으로 사고가 제일 많이 나는 곳이 여기”라며 “평소에도 걱정이 돼 불조심하라고 매일 강조했는데 집마다 일일이 확인할 순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구룡마을은 지난해 3월에도 마을 내 한 점포에서 시작된 불이 대모산으로 옮겨붙어 약 5시간 만에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2002년 4월부터 구룡마을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하고 수시로 화재 대비 소방 훈련을 통해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