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전기료 역대급 인상…내년 중 추가 인상 확실시(종합)

1분기 1㎾h당 13.1원 인상키로
평균 9.5%…가구당 월4022원↑
한전 적자에…추가 인상 불가피
가스요금도 2분기엔 인상 추진
“취약층 지원 늘려 부담 줄일 것”
  • 등록 2022-12-30 오후 3:24:14

    수정 2022-12-30 오후 3:24:14

[이데일리 김형욱 강신우 기자] 정부가 새해를 이틀 남기고 내년 전기요금 역대급 인상안을 확정했다. 올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값이 급등 부담이 본격적으로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번 요금 인상에도 국내 전력 공급을 도맡은 한국전력공사(015760)(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가 요원한 상황이어서 내년 2분기 이후 추가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h당 13.1원 인상…가구당 월 4022원↑

한전은 3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당 13.1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발전 연료비 급등분을 반영해 전력량요금을 11.4원 올리는 동시에 작년 기후환경비용을 고려해 기후환경요금도 1.7원 올리기로 했다.

인상률로는 평균 9.5%, 평균 307㎾h를 쓰는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이 4022원(부가세·기금 미포함)이 늘어나는 수준이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 이후 40여 년 만의 최대 폭 인상이다. 1974년과 1979~1980년 석유 파동 땐 전기료가 각각 두 배가량 올랐었다. 당시 분기별 인상률은 12.7~21.3% 수준이었고 이번 인상률 역시 이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난해 전기요금도 19.3원 올렸으나 4월(6.9원)과 7월(5원), 10월(7.4원) 세 차례에 걸쳐 나누어 올렸다.

올 한해 에너지 가격 폭등분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한 것이다. 국내 발전량의 약 3분의 2를 맡은 발전 연료 액화 천연가스(LNG)와 석탄(유연탄)의 올해 국내 수입가(1~11월)는 재작년 대비 6~7배, 작년 대비로도 2배 전후 올랐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 기준가격(계통한계가격·SMP)도 이에 따라 2배가량 오른 상황이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 한해 요금을 약 15% 올렸으나 두 배 이상 오른 원가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전은 올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이란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냈고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3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재인 전 정부가 탈원자력발전(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시세 영향이 적은 원전 발전 비중이 정체·축소한 것도 이 같은 부담을 키웠다는 게 현 정부의 설명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설명회에서 “유례없는 한파와 높은 물가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요금을 조정하게 돼 송구하다”며 “그러나 세계적 에너지 위기 속 한전 등의 고강도 자구노력만으론 이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요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른쪽)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정부합동 브리핑룸에서 내년 1분기 전기·가스 요금 조정안에 관해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추가 인상 불가피…소비자 물가 부담 커질듯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물가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통상 전기요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0155%포인트(p) 오른다. 이번에 9.5%를 올리는 만큼 소비자물가 0.15%p 상승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0.15%p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3.5%)는 이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2분기 이후 에너지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적자를 해소하려면 내년 51.6원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매분기 1분기(13.1원)만큼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한해 51.6원의 인상, 즉 인상률이 40% 수준이 되면 소비자물가에 끼치는 영향 역시 0.6%p 이상 늘어나게 된다.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약 7조원 정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할 수 있지만 3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올해 적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를 한번에 반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2026년까지 누적 적자를 모두 해소한다는 목표 아래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미룬 가스요금 역시 내년 2분기 이후의 인상이 확실시된다. 한국가스공사(036460) 역시 정부의 요금 억제 정책으로 받지 못한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양 장관은 “동절기 난방비 부담 등을 고려해 내년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하되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요금 정상화가 내년도 물가 관리 정책의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정부는 내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2025년까지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리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위험 요인으로, 경기 둔화 폭 확대가 물가를 내리는 위험 요인으로 각각 잠재해 있다”며 “내년 초에도 5% 안팎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취약계층 부담 가중 우려…“복지 확대”

정부와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도 발표했다. 급격한 요금 인상 여파로 취약계층이 냉·난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전기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소비효율 지원 정책도 확대 추진한다.

한전은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독립·상이유공자, 3자녀 이상, 대가족, 출산가구의 올해 평균 사용량(월 313㎾h)까지는 내년 1분기 인상분을 동결키로 했다. 총 1186억원의 할인 효과다. 또 농사용 전기에 대해서도 전력양요금 인상분(11.4원)을 3.8월씩 3개년에 걸쳐 분할 인상키로 했다. 이와 함께 총 276억원을 투입해 중소 뿌리기업 1000곳과 농가 1800호에 에너지 효율 향상 설비를 지원키로 했다.

정부 역시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취약계층 350만호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올해 12만7000원에서 내년 19만5000원으로 올려잡아놓은 상황이다. 연탄쿠폰과 등유바우처 단가도 각각 올리기로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 완화를 위한 에너지 소비효율진단-융자·보조-관리 사업도 확대 추진한다.

이창양 장관은 “에너지 복지를 더 촘촘하고 두텁게 강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공공·기업·가정 등 모든 경제주체와 우리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 대표가 지난 10월19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국형 에너지 효율혁신 파트너십(KEEP30)을 맺은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27년까지 매년 에너지원단위(GDP 100만원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량)를 1%씩 줄여나가기로 했다. (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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