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AIG에선 수익과 리스크가 정비례(?)

  • 등록 2002-01-21 오후 6:15:27

    수정 2002-01-21 오후 6:15:27

[edaily]객장을 찾아오는 시골 노인한테도 "거래는 자기 책임하에서 하는 것"이라고 주지시키는 시절입니다. 하지만 AIG는 한국정부와 협상을 하면서도 나중에 발생하는 문제도 책임지라고 요구하다가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수익과 리스크는 항상 상반해서 움직인다는 기본적인 투자 원칙까지 무시된 현투증권 협상에 대해 국제팀 공동락 기자가 그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미국의 AIG가 18개월을 끌어오던 현투 인수협상의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의견불일치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고단했던 협상에 종지부를 찍은 것입니다. AIG의 발표와 동시에 금감위도 협상이 결렬됐고 다른 유력한 인수 희망자와 협상을 추진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18개월의 논의는 어떻게 진행됐으며 인수협상 과정에서 의견차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현투를 비롯한 현대그룹 금융 3사에 대한 AIG의 인수협상은 지난 200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 4월25일 당시 정부는 투신사 지원방안을 발표합니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부실을 안고 있었던 현대투신이 현대그룹 문제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죠. 그리고 유상증자와 같은 몇가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AIG는 WL 로스, 캘리포니아연기금센터(CALPERS) 등 6개 투자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투신 인수 협상을 시작합니다. ("2년간 3번의 MOU 그리고 결렬"..고단했던 현투협상 기사 참조) 현투문제가 AIG컨소시엄과 금감위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협상은 이제 일찌기 볼 수 없던 범국가적인 거래로 발전합니다. 정부의 협상 참여로 AIG는 각종 요구사안들을 쏟아 놓습니다. 그 가운데도 AIG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사안은 앞으로 발생할 "잠재적 손실 보전"이었습니다. 이른바 풋백옵션의 요구였죠. AIG의 풋백옵션 요구는 한국에서 작성된 회계처리를 믿을 수 없다는 뿌리 깊은 불신이 담겨져 있기도 했습니다. 대우그룹 사태를 필두로 "한국 회계=분식회계"라는 등식이 외국 기업들에게는 불문률처럼 자리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저는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AIG의 요구에는 이른바 투자 기본 원칙이라는 수익과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투자니 원칙이니 하는 용어까지 사용하면 독자들께서는 저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하시겠지만 도박장에서의 사례를 비교하면 문제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도박장에서 판돈이 올라갈수록 참가자들이 승리했을 때 거둬들이는 수익은 커집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패했을 경우 손실은 더 커질수 밖에 없겠죠. 말하자면 이번 인수협상에서 AIG가 현투 인수라는 도박에 참가하면서 나중에 돈을 잃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미리 주최측(?)에 손실금을 물어달라고 요구한 셈이죠.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AIG는 양해각서(MOU) 체결후에 현대그룹 금융 3사에 대해 2번이나 실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보험사이자 언더라이팅 기업이 실사를 통해서도 밝히지 못했다는 분식 회계를 누군들 먼저 밝힐 수 있겠습니까? 결국 손실보전 요구는 자신들의 조사조차도 못 믿겠다는 책임회피가 아니라면 손실보전을 감안해 실사를 게을리 하겠다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의 분식회계 관행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지 한번 짚고 넘어 갈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엔론 게이트"가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엔론이라는 에너지 기업이 분식회계를 일삼다가 파산과 더불어 이를 둘러싼 문제들이 터져나오면서 권력층에게까지 파문이 미친 사건이죠. 물론 한국의 분식회계를 옹호하거나 지지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식회계를 찾아내고 먼저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 거래의 방법이지, 협상이 마무리될쯤 리스크까지 책임지라는 요구가 공정한 거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분식회계를 한국만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까지 들면서 추후에 손실보전을 요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괜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AIG의 인수포기 선언후 해외 언론들의 보도 태도입니다. 21일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은 협상결렬의 원인으로 한국의 구조개혁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목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 같은날 역시 협상 결렬과 관련, 문화적인 차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에서는 협상에 임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귀책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실패로 끝나고 그 책임을 외국인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디서도 양측의 상황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립적인 견해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AIG의 협상 결렬이 양측의 의견이 상충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우리 정부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AIG의 협상 결렬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후에 나타난 의견 불일치가 아니라 힘있는 쪽의 일방적인 파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단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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