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흥행에도 시중은행 정체성 지키기

시중은행, 인터넷은행化 두고 '신중모드' 감지
대면 영업 축소시 잇달은 부담 감수해야
고유 영역 벗어나 경쟁력 갖추기 방안 거론
  • 등록 2017-07-30 오후 4:35:53

    수정 2017-07-30 오후 7:27:14

[이데일리 전재욱 전상희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난 4월3일.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일제히 위기감을 드러내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강조했다. 사흘 후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겁이 덜컥 난다”고까지 말했다.

‘전에 없던 은행’을 표방한 케이뱅크로 한번 놀란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선발주자를 능가한 돌풍에 또 한 번 놀랐다. 카카오뱅크 출범 후 이틀 만에 가입자 47만명을 확보하자 시중은행 곳곳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중은행이 전격적으로 비대면거래로 전환하는 모습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과 시중은행이 주력해 온 대면거래는 별개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이라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주력하기엔 영업점·인력 부담…공적기능도 중요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수수료와 금리조건을 개선한 비대면 전용 금융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고 있다. 어느정도 성과도 달성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가입자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인터넷은행의 고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중단기적으로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선보였던 온라인과 모바일 뱅킹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거래를 전면으로 내세워 영업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초반 급성장세가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세가 꺾이는 일정 시점에서 형성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의 규모를 아직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초반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해서 이어가지 못한다면 유입된 고객이 유출되며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22년 앞선 1995년에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 초기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3분의 1 가량이 퇴출됐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후 흑자로 전환하는 데에는 대략 3~5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 가격으로만 경쟁하다 부실화된 경우도 많았다. 1996년 설립된 미국 넷뱅크가 대표적이다.

디지털뱅킹으로 금융서비스 흐름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장 영업을 뒷전으로 하는 데 따른 부담도 상당하다. 비대면 서비스 강화는 장기적으로는 금융 서비스 소외 계층을 낳을 우려가 있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외국인 등 계층이 취약할 것으로 분류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업이 공적인 성격을 띠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계층의 불편에 눈감고 마냥 수익을 좇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 시장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영업점 규모 축소는 은행업 종사자의 고용 및 근로 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고용 창출 및 유지라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내치기에는 부담이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이 센터와 영업점 총 126곳 중 101곳을 없애려다가 노조 반발 등으로 90곳을 줄이는 선에서 한발 물러나기도 했다.

로봇보다 창구직원 선호하는 대면시장 존재

시중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인터넷 및 모바일의 비대면과 영업점으로 대표되는 대면 시장을 별개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 탓이다. 한쪽이 커지면 반대쪽이 작아지는 시장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은행업계 종사자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출시되고 기존 자동차 보험업계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문을 닫지는 않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은 고유의 영역을 구축해나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과 겹치지 않는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신과 수신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 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처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하기 쉽지 않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IB), 글로벌 영업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십억원을 가진 고액 자산가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조언보다는 영업점 창구 직원의 상담을 받고 싶을 것”이라며 “인터넷 은행이 건드리지 못하는 부문에서 시중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대면 서비스가 양적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질적인 향상을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앞으로 소비자 보호 등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대고객 서비스는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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