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스톱 사태를 계기로 국내 증시 상장사 중에 공매도 잔고 1위인 셀트리온(068270) 소액주주 사이에서 차라리 나스닥으로 이전하자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AMC, 블랙베리 등 공매도 잔고가 큰 종목들에 대해 개인투자자(로빈후더)들이 결집,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올리자 셀트리온도 미국 로빈후더들의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나스닥 이전 추진위원회’를 발족,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주들은 후원금을 갹출해 나스닥 이전상장 필요성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이는 셀트리온이 그동안 공매도에 몸살을 앓아온 대표적인 종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셀트리온 공매도 잔고는 2조598억원으로 단연 1위다. 2위인 삼성전자의 3136억원과 비교해도 7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도 4.56%로 롯데관광개발(6.77%), 두산인프라코어(5.04%)에 이어 3위다. 셀트리온 공매도 잔고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등 외국계 기관들이 대량으로 보유 중이다.
소액주주측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신약개발과 기존 항암제 등의 판매가 매년 60%씩 성장하는 셀트리온에 공매도 세력은 걸맞지 않다”며 “회사의 성장을 방해하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 신청을 준비 중이며 현재 연명부 서명을 받고 있다. 최근 게임스톱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행동이 시작된 레딧(reddit)에 접속해 한국 증시내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셀트리온이라는 사실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최근 미국 투자 커뮤니티인 레딧에 게임스톱 다음 매수 대상으로 셀트리온을 지목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고 일부 글은 삭제됐다.
셀트리온은 유독 공매도와 오랜기간 악연을 이어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12년 회계처리 논란이 휘말리면서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자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에 질렸다”며 경영권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2일 오전 10시14분 전일대비 3.37% 하락한 35만8500원에 거래 중이다. 전일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지목되면서 14.51% 올랐지만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