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못 씹는데 행복한 나라

  • 등록 2006-09-26 오후 5:55:00

    수정 2006-09-26 오후 5:31:30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참여 정부들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비전 2030까지 정부가 내놓는 굵직굵직한 정책마다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정반대이더군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최근 싱가포르 취재를 다녀온 경제부 하수정 기자가 전합니다.

싱가포르는 깨끗한 나라로 유명합니다. 실제 눈을 씻고 봐도 거리에서 쓰레기를 찾아 볼 수 없더군요. 아스팔트 위의 껌 딱지(?)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싱가포르 국민들은 껌을 잘 씹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거리가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껌의 유통을 금지했다가 몇년 전에야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껌을 씹을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했습니다. 그렇지만 씹던 껌을 길에 버렸다가는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씹지 못하는 것은 비단 껌 뿐만이 아니더군요. 싱가포르에서는 누구도 정부를 씹지(?) 못합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167개국 중 147위를 기록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달하지만 언론자유에 있어서는 후진국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상의 자유는 사회에 유익하기보다 오히려 짐스러운 것`이라는 지론하에 언론의 사적 소유를 허용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이나 종교적, 인종적 화학을 해칠 우려가 있는 모든 출판물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이후 26년간이나 총리를 지낸 리콴유 현 선임장관의 생각이기도 하지요. 현재 고촉통 전 총리 이후 리콴유의 아들인 리센룽이 총리를 맡고 있지만 언론을 통제하는 방침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연수를 하고 있는 한 기자 선배가 리콴유 선임장관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리콴유 선임 장관은 이 선배를 비롯해 싱가포르에 주재하고 있는 외신들과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외신들이 속사포같은 공격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독재체제를 이어갈 것이냐", "언론을 통제하면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나라는 정부만 부자이고 국민들은 부자가 아니다" 등등 평소 보도하지 못했던 얘기들이 터져나왔고, 리콴유 선임 장관은 예상밖의 비난에 단단히 화가 났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열을 올리며 싱가포르 정부를 비판하는 외신과는 달리 대다수의 싱가포르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싱가포르인들에게 강한 통제를 하고 있는 정부에 불만이 없냐고 물었더니, 모두 불만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낯선 기자에게 솔직히 말하기를 꺼려했기 때문일까요.

싱가포르 현지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국내 기업인에게 들어보니, 실제로 싱가포르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주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고 전해주더군요. 오히려 이러한 강한 통제가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에서 국민들에게 1인당 800달러를 나눠줬습니다. 초과 수익분을 배분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든 건강보험이든 국가 운용 재정에 위기가 온다고 난리인데, 싱가포르에서는 돈이 남아서 국민들에게 도로 주기까지 했습니다.

테마섹은 리콴유 선임장관의 부인인 호칭 여사가 사장을 맡고 있으며, 운용규모나 투자 수익률 등 관련 정보는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낙하산 인사나 국민연금 운용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논란거리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입니다.

깨끗하고 부패없는 나라, 정부 신뢰도가 높은 나라, 완전 경쟁을 추구하는 개방의 나라 싱가포르의 이면에는 정부의 강한 통제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쯤하면 이데올로기의 혼란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껌을 맘껏 못 씹지만 깨끗한 나라, 실컫 씹고 어느정도 비용을 치러야 하는 나라 중 어느 나라가 더 낫다고 느끼십니까? 기자하기에는 싱가포르보다 한국이 낫다고 생각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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