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007, 반지의 제왕을 만나다

  • 등록 2002-12-02 오후 5:44:05

    수정 2002-12-02 오후 5:44:05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볼거리 많고 놀거리 많다는 뉴욕에서도 영화는 빼놓을 수 없다는 오락거리 중에 하나인가 봅니다. 저렴한 가격에 실컷 울고 웃고 거기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이제는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절대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게된 "영화"에 대해 뉴욕에서 공동락 기자가 한번 살펴봤습니다.

지난 11월 15일 저는 근처에 있는 동네 영화관에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아침 9시 첫회 상영이라는 시간표에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게으른(?) 미국인들의 생활 패턴을 감안해 아무리 빠르더라도 12시나 오후 1시가 돼서야 겨우 문을 열던 것을 생각하면 그같이 이른 개봉은 그 시간자체 만으로도 저에게는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날은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 2탄 : 비밀의 방"이 개봉하던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첫편이 상영될 때도 전세계적으로 숱한 화제거리를 만들어냈던 이 영화는 올해도 개봉부터 미국인들의 생활 패턴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며 산뜻하게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해리 포터가 극장가를 강타한 후 불과 1주일. 이번에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났습니다. 올해로 20편째인 첩보영화의 고전 "007시리즈"가 개봉된 것입니다. 매년 개봉될때 마다 느끼한(?) 주연 배우에도 불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화끈한 액션으로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007시리즈는 1주일만에 해리 포터의 마법을 가볍게 풀고 박스오피스를 새로 점령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리 포터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작사인 AOL타임워너의 막대한 보급망을 이용해 1주일 후 일본내 개봉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해리 포터의 바람이 단순히 미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열풍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연말 빅3"로 불리는 작품 중에 하나인 "반지의 제왕"이 개봉하면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작들의 앞서거니와 뒷서거니만 지켜보더라도 실제 영화를 방불케하는 스릴과 재미가 기대됩니다.

어떤 독자분들께서는 영화 몇 편의 흥행을 놓고 너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실수도 있겠지만 이제 1년 남짓 정도되는 짧은 미국 생활에서도 미국인들과 영화는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어 본의 아니게 흥분하게 됐습니다.

미국 영화, 흔히 말하는 "헐리우드 영화"하면 엄청난 스케일과 대규모 제작비로 물량 공세에 가까운 작품들은 쉽게 연상하실 겁니다.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쥬라기공원 그리고 타이타닉과 같은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관중을 압도하는 그런 느낌 말이죠.

좀 더 쉽게 얘기하면 때려 부수고 터지고 하는 그 화면들을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면 "참 그 영화 화끈했다" 혹은 "시원하다" 등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헐리우드 영화=시간때우기"라는 이상한 등식까지 성립할 정도죠.

그러나 실제 미국인들이 보는 영화에 대한 관점은 우리가 흔히 단순한 볼거리나 오락거리로만 생각하는 영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더군요.

우선 미국에서 영화는 그 저변이 대단히 넓고 거의 전 연령층이 즐긴다는 겁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거리낌없이 큰 팝콘 바구니를 들고 막 학교에 입학한 손자벌되는 동네 어린 아이들과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이들의 영화관입니다.

관람석의 대부분이 청소년들이나 학생으로 채워지는 우리 나라의 극장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연령대 확장이라고나 할까요. 경우에 따라 연령별로 구분이 필요한 영화도 있지만 작은 영화관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3~4편를 동시에 상영해 자연스럽게 영화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게 만큰 극장측의 배려로 이 문제가 특별히 부담이 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둘째 영화는 미국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일종의 산업이라는 인식입니다. 미국의 언론 매체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발표합니다. 매체의 성격상 내용이 일부 가감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지표인 순위만큼은 반드시 확인합니다.

미국의 영화산업은 지난 1910년대 일부 대형 제작사들의 카르텔과 이를 해체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현재의 헐리우드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전화산업에서 특정 기업의 시장 지배를 막기 위해 반독점법을 만든 것처럼 영화 산업도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를 정비하고 개혁하기를 반복해 현재와 같은 디즈니, 타임워너, 바이아콤, 소니 등 메이저 영화사들의 전성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경쟁을 장려하는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영화사들은 합종연횡을 거듭해 현재는 전세계 영화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영화사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수익구조를 개발해 한때 전체 매출에서 75%를 차지하던 극장수입을 현재는 25%까지 떨어뜨리는 뛰어난 수안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즉 단순히 한번 영화를 상영하고 끝내지 않고 캐릭터 상품이나 방송, 게임 판권을 판매해 수익 구조를 다양화시킨 것입니다.

끝으로 미국의 영화는 다른 여가 수단에 비해 저렴한 가격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싼 나라 중에 하나이며 특히 인건비를 포함해 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영화 입장료 만큼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구밀집 지역인 뉴욕의 맨해턴 지역의 입장료가 10달러 수준인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영화 관람료는 4~7달러 정도로 원화 환율로 환산하더라도 우리 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야구나 농구와 같은 프로스포츠 경기의 평균 입장료가 20달러~30달러,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입장료가 최저 30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경쟁력이 있는 가격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배급망과 하루 수차례에 이르는 상영횟수와 같은 편이성을 감안한다면 영화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숩니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평가가 항상 좋지만은 않습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볼거리만 치우쳐 작품성이 떨어진다", "미국 우월주의를 강조한다" 등등.

그러나 이같은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함께 그리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 하나 없이 명절이나 휴일을 보내야하는 우리들의 현실을 생각할때 부러운 느낌이 드는건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줄 압니다.

오늘 저녁 퇴근하실때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끈한 비디오 한편 빌려가시는건 어떨까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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