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예술가는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예술가는 세상의 온갖 유혹을 마다하고 자신의 혼을 담아 작품을 만든다. 때로는 아름다움을, 때로는 추함을 동원해 세상을 바꾼다. 얼음 같은 신랄함으로, 새털 같은 부드러움으로 무뎌진 세상의 감정을 일깨우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역할과는 무관하게 예술가의 삶은 피폐한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예술경영 전공의 대학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물질적인 부족함, 즉 ‘시장의 부재 혹은 빈약함’이 예술가들을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예술가의 작품 혹은 작업이 제대로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이 튼실하다면 그들의 어려움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예술시장은 그리 튼실하지 못하고 심지어 병들고 시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술시장을 어떻게 건전하고 튼튼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의 부재다.
‘예술시장 스케치북’은 아직 자생력이 부족한 국내 예술시장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엮은 책이다. 책은 크게 ‘예술산업’, ‘공연예술시장’, ‘미술시장’, ‘예술한류와 지역문화’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세부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예술 시장 형성과 발전을 위한 플랫폼의 필요성, 예술 분야 투자에 대한 의견, 요즘 떠오르고 있는 공연예술 비즈니스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각을 모았다.
특히 ‘미술시장’과 관련해서 저자는 최근 매출 1조를 돌파한 국내 미술시장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하며 미술 향유 인구의 확대를 위한 미술관의 다양한 실험과 온라인 미술시장 현황, NFT(대체 불가능 토큰) 미술의 지속 가능성 등을 소개한다. 또한 ‘K컬처’를 이어갈 ‘예술한류’의 가능성과 이를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한 고민도 함께 전한다. 예술시장, 나아가 예술산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책장을 넘길 때마하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