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빈곤층 탈출 지원 제대로 될까

소득파악률 높여야 가능..당장 시행은 불가능
靑, 시범사업후 단계적 시행..준비만 30년 걸릴 수도.
  • 등록 2004-11-10 오후 3:15:27

    수정 2004-11-10 오후 3:15:27

[edaily 박동석기자] 정부가 10일 발표한 근로소득공제제도(EITC·Earned Income Tax Credit)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넓히면서도 일하고자 하는 동인을 유인하는 1석2조의 정책효과가 있다. 사회안전망이 넓어질수록 일을 회피하는 복지병과 그 저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시스템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음을 감안하면 도입의 근거는 충분하고 취지도 좋다. 그러나 도입까지는 첩첩산중이다. EITC를 도입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소득파악률의 개선 여부가 관건이다. ◇ EITC 왜 나왔나 EITC는 저소득층이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 비례해 보조금을 주는 분배제도다.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을 정부가 보전해 준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대상은 근로자에 한정된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 제도 도입을 위한 검토를 마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실업률이 안정되고 있음에도 저소득층의 실업률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됨에 따라 이른바 빈곤의 세습화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할 능력과 의지는 충분하지만 잦은 실직과 낮은 소득 때문에 일을 하더라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로빈곤층(워킹 푸어)들을 위한 구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최저생계비의 120%이하정도를 버는 차상위계층 가운에 근로빈곤층 규모가 약 132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극빈층 위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정규직 위주의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보전해 실질적으로 빈곤에서 탈출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문제점은 없나 그렇지만 EITC를 도입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북해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이 제도는 일하는 저소득층으로 범위를 제한하지만 재정이 투입되는 분배정책이기 때문에 누가 수혜자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명한 소득파악이 시행의 전제조건이다. 지난 75년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의 경우에는 모든 소득을 합산해 한꺼번에 과세하는 포괄적 과세제도(Comprehensive Tax System)을 갖고 있어 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자 및 배당소득이 종합과세에서 분리돼 따로 과세하는 스케줄러 시스템(Scheduler System)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쌓아놓고 있는 직장인도 월급만을 기준으로 저소득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함정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소득파악률은 자영업자들이 세금탈루의 블랙홀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정도로 낮아 30%가 고작이다. 김재진 빈부격차·차별시정 위원회 조세팀장(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이 제도 시행의 관건은 소득 파악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지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저소득층과 근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각종 비과세, 공제, 세금 감면 제도도 정비해야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될 경우 소득 파악률 확대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조세저항과 비과세 축소에 따른 중산층의 반발로 이어질 우려가 높아서다. ◇ 준비기간만 30년 걸릴 수도 정부는 이에 따라 EITC의 전면 시행 시점을 뒤로 미루고 시범 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EITC를 당장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년 상반기중에 검토 작업과 구체적인 도입 일정을 확정한다는 것”이라며 “너무도 광범위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아직도 세부적인 단계의 검토는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시범사업을 거치더라도 소득 파악률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야 전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국세청의 소득 파악률 확대 여부에 따라 도입 시점이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세제당국인 재경부는 EITC의 도입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실제 도입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과 과세체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EITC를 하기에는 장애가 정말 많다”며 “너무 급하게 가는 것도, 대규모로 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 도입을 위해)따져봐야 할 것이 수백가지에 이를 것”이라며 “금융 분리과세를 미국처럼 포괄적으로 가져가는 데 만도 30년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해 EITC의 도입취지와 현실과의 괴리가 결코 가깝지 않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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