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남북 당국회담, '결실'은 없었지만 '성과'는 있었다

1박2일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회담 결렬…차기회담 일정도 못 잡아
합의문·후속회담 일정 도출 못 했지만 양측 요구사항 명확히 확인
"당분간 남북간 해빙무드는 좀 더 이어질 것…새로운 대안 필요"
  • 등록 2015-12-13 오후 3:48:37

    수정 2015-12-13 오후 3:48:3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8·25 합의의 핵심 조항이었던 남북 당국회담이 개최됐으나 1박2일간의 산고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은 커녕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결렬됐다.

지난 8월 군사적인 대치 상황까지 고도의 긴장 국면에서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합의가 도출됐고,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사회·문화 교류 등 합의사항들이 순조롭게 이행되면서 이번 당국회담에 거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비록 남북이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회담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남북관계가 현재 대화국면에 들어섰고 북한이 내년 당창건 대회까지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할 공산이 커 당분간 남북관계는 긍정적인 기류가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담 결렬,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

[개성공동취재단]11일부터 1박2일간 개성공단에서 진행된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로 나선 황부기(오른쪽)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단장. 양측은 이틀간 총 6차례 만났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이미 회담이 시작하기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실 없는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단 실무접촉에서 정한 의제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이라는 포괄적인 주제였던 점은 그만큼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입장 조율이나 사전 정지 작업이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어떤 의제를 갖고 만나는 게 아니었다”라며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하고 다음 회담 날짜를 잡는 정도로 최소한의 합의를 하면서 남북 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측의 핵심의제로 예상됐던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남측)과 금강산 관광 재개(북측)가 ‘빅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애초부터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당국회담의 결렬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제2차 당국회담이 개최되더라도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면 경제력에서 압도적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에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이 되는 문제이고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안”이라며 “금강산관광 재개과 같은 방식으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한의 협조에 보상하지 않는다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실용적인 접근을 권고했다.

양측 입장 명확히 확인…“2차 회담 불씨 살아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전혀 무용(無用)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중론이다. 북한이 금강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의제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의 패를 분명히 알았다는 성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개성공동취재단]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첫번쨰 전체회의가 개최될 떄만 해도 양측은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당장은 회담이 결렬된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명확하게 확인한 측면이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한 우리의 구체적인 안을 수립하고 여론 수렴 등을 거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였다”고 평가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회담 결렬이라기보다는 양측이 한 번 더 심사숙고할 기회를 얻었다고 본다”면서 “이번 회담은 ‘탐색전’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을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음 회담 개최의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도 큰 이견이 없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남북 당국회담은 연말연초 상황이 지난 내년 2월 중에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임을출 교수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된 우리 입장을 조금 더 정리를 해서 다시 회담을 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북측에 추후에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한 접촉을 이어가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에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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