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끝날까”…악플방지법 방치 사이 ‘사이버 불링’ 활개

SNS·유튜브 등에서 혐오 발언·악플 공격 잇따라
고소해도 입증 쉽지 않고, 솜방방이 처벌뿐
악플 근절 관련 법안 수십 건, 국회서 폐기
21대 국회도 계류 중…일각선 표현의 자유침해 우려
  • 등록 2022-02-15 오전 11:34:56

    수정 2022-02-15 오후 9:39:3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학생 A(21)씨는 최근 누리꾼 6명을 사이버상 모욕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남혐(남성혐오)’으로 논란이 된 특정 표현과 모양을 놓고 이를 혐오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는데 이후 ‘페미’로 낙인 찍히고, 성희롱 표현을 포함한 악성댓글(악플) 세례가 쏟아졌다.

직장인 B(29)씨는 작년 말에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유저를 사이버상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여러 명이 모여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한 유저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수위가 높은 수준의 욕설을 했기 때문이다.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그는 게임 내내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활성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상 괴롭힘과 따돌림을 뜻하는 ‘사이버불링’이 활개를 펼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터넷 준실명제·처벌 강화’…악플방지법 언제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악플 근절을 골자로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총 7건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함께 표시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박대출 의원안)을 비롯해 온라인상의 혐오·차별표현 등 모욕에 대한 죄 신설(전용기 의원안), 비방 및 혐오 표현 등이 포함돼 있는 불법정보 삭제(이상헌 의원안),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법정교육으로 전환(태영호 의원안) 등이다.

21대 국회에서 악플방지법은 발의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으로 이번에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미 지난 18~20대 국회에서도 총 20여건에 달하는 유사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지부진한 논의 속에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인터넷 준(準) 실명제 도입을 비롯한 온라인상의 악성댓글 처벌 강화, 혐오표현 삭제,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은 그대로 묻혔다.

이들 법안은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로 악플이 지목되면서 나왔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한 달 사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인터넷상에 만연한 악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발의된 ‘설리법’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악플방지법이 국회에서 계류와 폐기를 반복하된 사이 사이버불링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명예훼손·모욕·스토킹 등 사이버불링 사건은 2020년 1만9433건으로 전년(1만6658건)과 비교해 1년 사이 16.7% 늘었다.

악플 공격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계속되는 중이다. 외모와 관련한 악플을 받은 배구선수 김인혁(27)은 지난 4일 자택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작년 8월 자신의 SNS에 “저를 괴롭혀온 악플은 이제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인터넷 방송에서 여초 커뮤니티에서 쓰는 말을 썼다는 이유로 다른 유튜버에게 공격받은 BJ잼미(본명 조장미·27)도 지난달 말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은 “그동안 수많은 악플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다”고 밝혔다.

일반인도 악플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전년(54.7%)보다 11.1%포인트 늘어난 65.8%에 달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사이버불링은 심각한데 2020년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초·중·고교 학생 중 사이버폭력(12.3%)은 언어폭력(33.6%)과 집단 따돌림(26.0%)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점점 교묘해지는 사이버 불링…“입증·처벌 쉽지 않아”

최근 사이버불링은 교묘해지고 있다. 악플이 넘치던 포털사이트에서 연예와 스포츠 뉴스 댓글 창을 폐쇄했지만, 풍선효과는 SNS와 유튜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론장이 사라지자 악플러는 아랑곳하지 않고 활동반경을 넓혀서 SNS를 통해 개별 메시지를 보내거나 동영상에 악플을 다는 식이다. 최근 이슈되는 사건이라는 이유로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 자극적인 내용으로 조회 수를 늘리고 구독자를 모으는 유튜브 채널인 ‘사이버 레카’도 악플과 허위정보의 진원지로 성행 중이다.

이러한 사이버불링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형량은 기소유예나 가벼운 벌금형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불특정 다수의 공격자를 찾아내 대응하기도 어려워 사건은 불송치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박지영 변호사는 “남이 알아볼 수 있는 게시글이나 채팅창 등에서 이뤄진 공연성과 이름이 아닌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대화를 주고받기에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특정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일대일 채팅창이라면 판단이 필요한데 정황상 널리 퍼질 가능성 있어야 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폭력 신고량이 급증했는데 근절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혐오 글은 포털에 삭제요청을 하고도 조치가 안되면 방통위에 요청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대전제로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에 대한 법적 조치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악플러들이 스스로 윤리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관련 교육은 물론 시민이 자정 작용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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