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책 본다’ 친구들 앞 체벌에 숨진 아들…교사, 사과 없었다”

수업시간 ‘라이트 노벨’ 봤다고 체벌…학생 극단적 선택
숨진 학생 어머니, 라디오 인터뷰서 심경 밝혀
  • 등록 2020-04-28 오전 10:48:35

    수정 2020-04-28 오전 10:48:35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수업시간에 소설책을 읽다가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중학생의 어머니가 해당 교사에게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숨진 중학생의 어머니가 지난해 8월 올린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어머니 정 모씨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아이가 소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정씨는 “아이가 소심하고 멘탈이 약하다라는 얘기와 악플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저희가 아는 아들은 활동적이었고 사교성도 뛰어났고 배려심도 있었다”며 “사건과 아이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그 정도로 못 견뎌서 극단적 선택을 하냐?’는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한창 민감한 시기에 아이한테는 학교 교실이 세상의 전부였던 시기였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씨는 이어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인했다”며 “CCTV에 손을 넣어서 아이를 붙잡고 ‘올라가지 말라’고 놔주고 싶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한 시간 동안 망설인 그 시간은 누군가 붙잡아주기를 바랐을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해서) 많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또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난 1년 동안 교사에게 도의적인 사과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판결보다 더 우리가 바라고 있는 것은 그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고 진심어린 사과”라며 “학교 측에 선생님과 함께 4자 대화를 원했는데 단순하게 아무런 설명 없이 ‘죄송합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선생님 입으로 직접 얘기를 듣고 싶었다. 선생님이 혼을 낼 때 우리 아이가 죽을 거라 생각하지 않고 혼을 내셨을 것이다. 저희도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선생님은 설명 없이 그냥 단순하게 ‘죄송합니다’라고만 영혼이 없는 것처럼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선생님이 진정으로 ‘어머니, 아버님, 제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너무 죄송합니다’라며 상황 설명을 하고 저희한테 진정한 사과만 했으면 저희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아이를 차가운 냉장고에 넣어두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신진우 판사)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항 모 중학교 교사 A(36)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25일 학교 수업시간에 자율학습을 지시한 뒤 3학년 B군이 소설책을 읽자 “야한 책을 본다”며 2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B군은 다음 수업시간에 이동하지 않고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따돌림을 당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교실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B군이 읽은 책은 중·고교생이 많이 보는 대중소설인 ‘라이트 노벨’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 노벨은 일본에서 유래한 소설 장르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풍의 삽화가 들어가 있으며 연애, SF 판타지 등을 소재로 작성된 것이 특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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