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정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요즘 급등하는 아파트가격을 다루는 언론보도에 단골로 쓰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자면 `정부의 안정대책이 별볼일 없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가 맞겠죠.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세무서를 겁내는 일부 투기꾼들 때문만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세무조사니 자금출처 조사니 하는 것들을 전국 모든 곳에서 1년 365일 할 수도 없으니 투기꾼들을 잠재우기도 어려울 겁니다.
통계를 한 번 보시죠. 국민은행 월간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말에 비해 20.7%, 1년전에 비해서는 30.8% 올랐습니다. 작년 여름에 은행 빚을 내 아파트를 사둔 사람이라면 연 20%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결론이 납니다. 당시 주택담보 대출 이자율이 연 8.4% 수준이었으니까요. 강남처럼 상품성이 뛰어난 곳의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정말 대박을 터뜨렸겠구요. 당시 이자율이 연 5.62%였던 정기예금에 돈을 묵혔던 분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하며 복덕방을 찾아 다닐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작년보다 대출금리가 더 떨어져 연 7.3%밖에 안되기도 하구요. 저금리로 대출 받아 고수익의 아파트에 투자하겠다는데 세무소가 할 말이란 많지 않겠지요. 두더지를 후려패도 또 튀어오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이제는 경상수지가 비상이라고 합니다. 해외여행을 너무 많이 가서, 유학이니 연수니 뭐니 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 요즘 그 흔하다는 돈을 써대서 그렇답니다.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 화장품, 의류, 잡화 할 것 없이 해외 명품들도 쏟아져 들어 옵니다. 아파트 사서 1년만에 20%나 벌었는데, 전세금 올려서 몇천만원이 생겼는데 `그까짓 것쯤이야`하겠죠. 유럽 배낭여행에서 `명품`을 왕창 사 들여온 대학생이 카드 결제를 하려고 막노동을 한다는 뱁새족 얘기도 오늘 스포츠신문에 실렸더군요.
정부가 이 두더지도 곧 잡으려 나설 겁니다. 머지 않아 `경상수지 개선 종합대책`이란 것도 내놓을 것 같습니다. 관광, 레저, 교육 같은 서비스부문의 수지개선을 하겠다면서 아주 그럴 듯한 구호들을 담겠죠.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며칠 책상앞에 머리 싸매고 앉아 뚝딱 만들어 낸 `∼종합대책`이니 `∼개선방안`이니 하는 게 얼마나 별 볼 일 있을까요. (☞2년전의 기사를 읽어 보시죠)
이제 망치는 그만 내려 놓고 넓고 묵직한 판으로 두더지들의 머리를 눌러 덮는게 어떨까요. `물가불안`이란 이름의 두더지까지 머리를 쏙 내밀기 전에 말입니다. 금리를 올릴 때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