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드]ⓛ청문회로 본 재계 총수들..경영 스타일도 닮았네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재용, 결단력과 쇄신의지 보여줘
'뚝심 경영' 구본무·최태원, 소신 굽히지 않는 굳은 의지
'선 굵은 카리스마' 김승연, 짧지만 단호하게 의견 표명
'실무형 오너' 조양호, 사업 세세히 챙겨..깊은 애정 표현
  • 등록 2016-12-12 오전 11:31:25

    수정 2016-12-12 오후 3:28:01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기업총수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우측부터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 대표이사.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혜미 최선 임성영 기자] ‘뚝심 경영’·‘선 굵은 카리스마’…. 그동안 한 마디로 요약됐던 대기업 총수들의 경영 스타일이다. 전문경영인이 많은 선진국 기업들과 달리 오너 경영이 많은 한국 기업 총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동안 언론지면상으로만 전달됐을 뿐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6일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는 평소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업 총수들의 면면을 오랜 시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 이미지 포기하고 실리(實利) 취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한 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엿보이게 했다. 전반적으로 다소 어눌해보이는 말투를 유지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완벽하게 원하는 내용을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우선 말투에 있어서는 “어…, 그…, 정말로 기억이 안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등의 말을 반복해 어눌해보일 수 있었지만 이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 1위인 삼성이 수백억원 단위의 의사 결정을 내리면서 총수가 몰랐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말투와 표정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미지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부인하는 내용에 관해서는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고, 개선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선 ‘절대’ 등의 단어를 사용해 강력히 표현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평소 얼굴 표정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웃는 상(像)’인 이 부회장은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입을 굳게 다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에서도 목격됐다.

내용상으로는 가장 큰 의혹을 받았던 ‘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지원에 연관이 없으며 자신의 승계구도와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 동시에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기부금 중단,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공언은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끄는 총수로써 결단력을 보여주는 한편 변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는 기회가 됐다.

아울러 “시간의 95%를 삼성전자에 쓰고 있다”, “삼성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검찰 조사가 모두 끝난 뒤 책임이 있다면 저도 물러나겠다”, “훌륭한 분이 있다면 언제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 넘기겠다”, “광고를 통한 언론사 압박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외부는 물론 삼성 내부 임직원들의 신뢰와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지선다 돌려막기 이재용’ 등의 발언으로 이 부회장을 자극하려 했지만 잘 참아냈다”며 “전체 질문의 90% 이상이 쏟아지는데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비교적 나이가 젊은 편이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냉정함과 결단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구본무·최태원·신동빈, 흔들림 없는 소신발언 ‘눈길’

구본무 LG(003550)그룹 회장은 평소 알려진 대로 ‘뚝심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다. LG는 실적 부진에 따른 즉각적인 경질을 하지 않으며 기회를 주고 사람을 중시하는 ‘인화’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71세로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마찬가지로 고령에 속하지만 흔들림 없는 표정과 힘있는 음성으로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경련 해체 찬성과 준조세 성격의 출연금을 국회에서 막아달라고 한 것이다. 구 회장은 전경련에 대해 “헤리티지 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앞으로도 (정부가) 뭐 좀 내라고 하면 들어주고 청문회 나올 것인가”라는 안민석 의원 질의에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달라.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청문회 스타일도 구 회장과 비슷한 경영스타일로 요약된다. 청문회에서 최 회장은 9명의 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의원들이 자극적인 질의를 던질 때면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속으로 말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답할 때는 당당한 태도로 짧지만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 회장은 준조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난다면 찬성이지만 꼭 그렇게만 이뤄지는 지는 모르겠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전경련을 폐지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만 손을 들라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손을 들지 않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느냐는 다짐을 받는 자리에서도 “네”라고 확실히 대답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소신 답변’으로 이목을 끈 총수 중 하나다. 신 회장은 “청년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의원 질의에 “우리도 많이 투자하고 싶지만 마트나 쇼핑 규제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젊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 대신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달라”는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질의한 의원이 “롯데 한 분인가”라고 다시 한번 묻자 다른 회장들도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신 회장이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핸디캡에도 불구, 소신발언을 보여준 것은 그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대외발언이 잦았던 경험을 십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정몽구·김승연 ‘강력한 카리스마’..조양호 세심한 ‘실무형 오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9세의 최고령 총수로 청문회에서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를 표출했다. 정 회장은 전경련에 대해 “현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계속하고 있어요”고 답해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 회장을 과잉경호한 수행원들이 민간인을 다치게했다며 사과하라는 요구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답했으나 곧바로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 부딪히게 되면 사과를 드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바른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은 29세부터 리더의 모습을 갖춰온 만큼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청문회를 “기업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어떤 의도로 냈느냐는 질문에는 “기꺼이 냈다”고 답했고,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최순실을 봤느냐는 질문에는 “얼굴도 모른다”며 짧지만 강력하게 의사를 피력했다. 박범계 더민주 의원이 ‘삼성과 빅딜로 한화가 재계 순위를 9위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별로 신경 안 쓴다”고 말해 보는 이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단순히 재계 순위를 높이기 위해 경영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은 기업 사정을 세세하게 신경쓰는 ‘실무형 오너’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조 회장은 너무 쉽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상황과 법적문제, 자금규모 등을 조목조목 설명해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상세히 판단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의 “한진해운을 위해 희생한 것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설명하는 듯 했으나 마지막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떨리고 낯빛이 붉어져 회사에 대한 애정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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