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세제혜택 선물..달러 가뭄 해갈될까

세금 아끼는 만큼 수익률 상승..투자유인
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큰 흐름 바꾸기엔 한계
  • 등록 2009-02-26 오후 5:18:00

    수정 2009-02-26 오후 5:18:0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당국이 달러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26일 여러가지 제도적 조치를 내놓았다.

정부가 먼저 나서 외평채 발행을 통해 달러를 확보하는 한편 공기업과 국내 은행들의 해외차입을 적극 유도키로 했다.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수출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책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고, 해외동포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혜택은 물론 외환거래 규제까지 완화키로 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들은 달러 가뭄에 어느정도 단비가 되겠지만 완전히 해갈시켜주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높다. 이번 외화유동성 위기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26일 오후 5시8분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미시적 대책..대세에 영향 없어

이번 대책은 상당히 미시적이라는 평가가 높다. 현재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새로 들어오지 않거나 빠져나가는 이유가 세금이 비싸거나 투자에 걸리돌이 많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는 대부분 통화스왑(CRS)과 연계된 재정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CRS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원화를 받아 이를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식이다.

현재 CRS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지급하는 원화고정금리는 1년과 2년 모두 마이너스다. 달러에 대한 이자를 받고, 원화에 대한 이자는 달러를 빌려간 쪽이 대신 내준다는 소리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원화 자금을 국고채나 통안채에 투자하면 들어가는 비용 없이 이자만 챙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즉, 국내가 아닌 해외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이 상당히 미시적이면서도 주변적인 것으로 한계가 있다"며 "큰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수익률 베이스 상승..외국인 투자유인 긍정적

물론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폭이나마 채권 순매수로 돌아섰고 재정거래 여건도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이같은 대책이 투자유인을 높여주는 데에는 일조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외국인들을 새로 끌어들이지는 못해도 나가는 외국인을 잡는 데에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소리다. 아울러 그동안 1~2년 단기에 치중됐던 외국인 투자가 좀더 장기화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수익률의 베이스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1%포인트 미만의 수익률 변동에도 민감해 하는 만큼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정부 의지 확인

아울러 정부가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날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과세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달라 국채투자 활성화의 제약요인이 됐다"며 "이를 선진국 기준에 맞게 변경하기 위해 소득세 및 법인세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14개 나라에서 외국인의 채권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과세시스템 때문에 대표적인 글로벌 정부채권 투자지표인 WGBI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WGBI에 편입될 경우 최대 100억달러 가량의 외자유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기준에 맞추려는 정부의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들이 이같은 정부의 태도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위기 진원지는 해외..글로벌 금융불안 해소가 관건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외화유동성 불안감이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세제혜택이 많고 규제가 약해도 신용경색이 강화되면 투자한 자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이 아직 불안하고 서로 달러를 확보하려는 상황"이라며 "얼마나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완화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즉, 해외쪽 불안요인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향후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인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채가 강세를 보일 여력이 제한적인데다 유럽 등에서 다시 위기가 오면 수익률과 상관 없이 국내 자산을 팔고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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