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회초리 들기 이르다

  • 등록 2005-08-31 오후 6:31:23

    수정 2005-08-31 오후 6:31:23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오랜 산고끝에 8·31부동산 대책이 태어났습니다. 옥동자인지 아닌지 태어나자마자 가늠질이 한창입니다. 어떤 부동산정책도 장점이 있으면 그만큼의 단점이 있다는 것은 과거의 예를 봐서 다 아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번 정책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피하자는 게 과천팀장을 맞고 있는 경제부 김수헌 기자의 얘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거의 전문가 반열에 올라선 부문이 2개가 있다고 합니다. 정치와 교육문제라고 하죠.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돼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부동산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8·31` 부동산종합대책이 석달여 산고끝에 드디어 오늘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갓 탄생한 정책을 놓고 벌써부터 온갖 말들이 많습니다. 관심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평가들이 하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비판을 퍼붓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의 의지와 확신 또한 그에 못지않게 대단합니다.

발표하던 오늘,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이주성 국세청장, 문원경 행정자치부 제2차관, 양천식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정부과천청사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날 한덕수 부총리가 낭독한 대국민 발표문 일부입니다.

"…투기를 통한 편법적 이득이 세금이라는 그물을 통과하고 나면 거의 사라지도록 하려는 것입니다.…부동산 정책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바뀌고 말 것이라는 생각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부동산투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부동산 투기필패라는 사회적 믿음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한 부총리는 이날 14쪽짜리 발표문에서 두차례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유난히 힘을 줬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재경부 직원들이 만든 초안에 한 부총리가 직접 가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현장에서 부총리가 `투기종말`을 선언한 겁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적 표현일까요, 아니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고책임자로서 이 정도 대책이면 이만한 표현을 쓸만하다는 솔직한 판단에 따른 것일까요.

어느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부총리를 모시는 사람들의 말로는 부총리가 의도를 담아 말을 뱉는 스타일은 아니며 생각한 그대로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후자쪽이 가까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정부대책의 실무팀장을 맡았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30일 사전브리핑 자리에서 "오늘부터 투기와의 전쟁이 진짜 시작이다.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번에 모든 것을 다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총리도 오늘 브리핑에서 "자리를 걸고 (정책에 대한)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부총리가 투기종말을 선언한 그 시각, 한 시민단체 사무실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죠.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정책 수립과정에서 수많은 성명을 내고 요구사항을 전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입니다.

경실련의 기자회견 내용은 투기 끝장을 선언한 부총리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준이었습니다. 경실련 관계자들의 표현을 잠깐 빌려볼까요.

"8·31 부동산대책은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무분별한 공급확대를 앞세워 투기와 집값 폭등을 조장하고 있다.…집값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 희망을 좌절시켰다.…투기적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세제개혁이 제시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부동산을 잡기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부추기는 정책이라는 거죠. 야당은 야당대로 정부 정책은 집값을 안정시키지는 못한 채 서민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면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극과 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책을 만든 쪽에서는 투기종말을 전국민앞에 선언하는 한편 자리를 걸고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시민단체는 정부가 투기를 근절한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폄하하는 상황입니다.

정부로서는 칭찬은 커녕 쓴소리부터 터져나오자 기분이 씁쓸할 겁니다. 정부 관계자는 "요구한 내용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고 집값 폭등을 유도하는 것처럼 표현하면 되느냐"며 "두고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책효과를 어느 정도 자신한다는 거죠.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 정책들이 쏟아졌고 그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것은 이렇게 부동산을 바라보는 극단적인 스텍트럼 분포 때문일지 모릅니다.

얼마전 국토연구원이 지금까지 거론돼 온 부동산정책의 내용을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에 관한 한은 하나하나의 정책수단들이 장점을 갖고 있는가 하면 그것에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단점과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분석돼 있었습니다.

한 개의 부동산 정책수단이 갖는 양면성이 얼마나 뚜렷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죠. 이렇게보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석달동안 수많은 전문가의 견해와 정부 자체의 과거 정책실패 분석연구, 여론조사, 언론보도 등 모든 요소를 감안해 정부와 여당이 함께 만든 정부 정책에 대해, 일면만을 보고 즉시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애를 낳아본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엄마 뱃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면 생김생김이 처음에는 `못난이`류에 가깝습니다.(물론 태어날때부터 똘망똘망 예쁜 아기들도 없진 않겠습니다만).

근데 이 못난이가 엄마의 젖을 먹고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면서 귀염둥이, 재롱둥이가 돼서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하지요.

31일 전국민들의 관심속에 석달여만에 이른바 `국민참여 부동산정책`이 태어났습니다. 수많은 우여곡절끝에 세상에 나온 만큼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회초리를 들기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을 즐겁게 할 귀염둥이, 재롱둥이가 될지, 문제아가 될지 모릅니다. 갓 태어난 인상으로 판정을 내리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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