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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흔히 ‘홍대’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서교동 일대는 젊음의 거리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출판·문학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아는 젊은 층은 그리 많지 않다. 서교동을 중심으로 근처 연남동·상수동·망원동에는 예전부터 출판사와 서점 등이 즐비했다. 커피숍과 서점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흔하디 흔한 모습이었다.
1년에 한 번 과거 출판·문학의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되찾는 행사가 있다. ‘와우북페스티벌’이다. 매년 약 40만명이 찾아오는 이 축제는 방문객 수로만 따지면 책 관련 행사 중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와우북페스티벌은 여성인권·성소수자·혐오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문제에 대한 담론부터 음악공연·중세유럽 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로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와우북페스티벌은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주변 일대에서 진행한다.
여성·성소수자 등 사회문제 진단 토론
올해 와우북페스티벌은 작가 또는 전문가와 함께 여러 사회문제를 논하는 토론의 장을 눈여겨 볼 만하다.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7시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에서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시인 조원규·박시하·유희경, 소설가 백가흠이 모여 한국문학의 위기설에 대해 한바탕 토론을 벌인다. 송인서적 부도에서 드러난 유통구조의 허술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의 독서량 등 한국 출판계와 문학계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2시에는 KT&G상상마당 6층에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와 예술가 홍승희, 시우 문화연구가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해 논한다. 서로를 벌레로 치부하고 물어뜯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살펴본다. 우리 안의 혐오를 자각하고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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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요리’ ‘전시’ 등 다양한 즐길거리
이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와 체험행사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는 22일 오후 7시에는 홍익대 주차장 야외무대에서 장필순(53)과 조동희(44)가 따뜻한 음악을 선사한다. ‘어느새’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 숱한 명곡을 남긴 장필순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싱어송라이터로 손꼽힌다. 드라마 ‘시그널’의 배경음악 ‘행복한 사람’으로 유명한 조동희는 가을밤을 따뜻하게 할 포크송을 들려줄 예정이다.
24일 오후 1시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에서는 시를 음악으로 재해석한 ‘시의 목소리, 시의 영혼’ 공연이 펼쳐진다. 음유시인이라는 말처럼 시인은 한때 무미건조하게 읽기 보다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공연은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본래 예술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시를 즐기는 시간이다.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10명의 신인 그림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상만발 책그림전’이 내달 1일까지 더 갤러리 2층에서 개최된다. 국내 대표 출판사 100여 곳에서 참가하는 ‘와우거리도서전’이 22일~24일 홍대 주차장 거리에서 열리며, 돌멩이·파스타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창작을 하는 어린이를 위한 미술 체험활동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도 눈여겨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정소연 와우책문화예술센터 팀장은 “짧은 시간 동안 출판·문학계 트렌드를 살펴보고 또 많은 작가들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즐겨보는 것도 이번 와우북페스티벌의 묘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