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수준 내려선 기준금리…내년 동결기조 지속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올 3월 국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내려섰다.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기준금리에 지난 4월 이후 3년물 국채 금리는 계속해서 0%대를 유지하고 있다. 본드웹에 따르면 11월 2일 기준 국고 3년물 금리는 0.971%를 기록중이다.
불과 1년전인 지난해 30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3% 수준으로 기준금리(1.5%)를 밑도는 가운데 국내 채권금리 전망을 묻는 질문에 당분간 금리 하락세가 유지되겠지만, 0%대 진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많았다. 반면 당시 기조적 저금리로 인해 0%대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31.1%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만나 올해 채권시장은 급변했다.
올 3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두 차례 임시 FOMC 회의를 통해 2주만에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내렸다. 3월 3일(현지시간) 50bp 인하에 이어 15일 100bp 전격 인하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는 단숨에 1.00~1.25%에서 0.00~0.25%로 내려섰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금리로 내려선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발을 맞춰 기준금리를 빠르게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춘 후 5개월만인 올 3월 16일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에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하자 5월에 또다시 0.25bp 추가 인하에 나서며 기준금리는 1.25%에서 0.50%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후 현재까지 0.50%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은은 ‘코로나19 영향이 약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이같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시적인 기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내년까지는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연준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를 시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준은 경기 회복을 위해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용인하는 방식의 통화정책체계를 도입했다. 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치인 2%를 초과하더라도 장기간 평균이 이에 근접하면 정책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평균물가목표제(AIT)의 도입이다.
내년에도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경제는 올해 대비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채권 금리의 완만한 상승을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우리 경제는 수출 회복을 필두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1.3%에서 2분기 -3.2%까지 떨어졌다 3분기 1.9%로 반등했다. 코로나19 충격에 지난 2분기 -16.1%까지 떨어졌던 수출이 3분기 15.1% 증가하며 회복된 영향이 컸다. 수출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다. 10월 일평균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6%가 증가해 지난 2월 이후 9개월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회복에 따라 국내 설비투자도 늘어나면서 경기 회복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 비해 상반기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상반기에 채권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로 수급 부담이 계속되는 점 역시 채권금리를 상승으로 이끌 재료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 예산 대비 8.5% 증가한 555조8000억원 규모다. 내년 국채 발행 한도는 172조9000억원으로 올해 1~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으로 늘어난 174조5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이전 연간 발행액이 100조원 안팎이던 것과 비교해서는 70%이상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내년 역시 추경 편성으로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확장적 예산이지만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되는 여건 속에서 경기 회복 가속화를 위해 추가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만약 추경을 한다면 정책 효과를 고려해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늘어나는 국채 물량에 대해 한국은행이 매입에 나서더라도 급등 수준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뿐 금리를 내리는 효과는 제한된다고 본다”며 “내년도 국채 발행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 레벨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백신은 변수…“상승 흐름 지속엔 실질지표 개선 필요”
전반적인 상저하고 흐름 속에서 단기적으로 금리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는 코로나19 백신이 꼽혔다. 허정인 KTB증권 연구원은 “백신이 조기에 상용화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리 급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라 빠른 경기 회복 기대감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백신 개발 시점이 연초나 상반기 중이라면 이로 인한 금리 상승 영향이 하반기까지 지속되기 위해선 실질적인 실물 지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RE 자문위원은 “한국은행이 시장금리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 국고채 단순매입 등을 확대할 전망”이라며 “적어도 현재 수준의 금리레벨은 추가 하락 가능성보다는 일정부분 상승 이후 횡보흐름이 더 유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올 들어 시장안정을 위해 9.5조원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했다. 특히 한은은 올해 9월에는 4차 추경 편성으로 늘어나는 국채 물량 부담을 덜기 위해 연말까지 5조원 내외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계획을 선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계획에 따른 단순매입은 지난 9월 2조원, 10월 1조5000억원으로 나눠 두 차례 진행됐다. 한은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연내 1~2조 규모의 추가 단순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던 상황에서 한은의 매입 계획을 밝힌 것이 시장의 예상을 높여주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며 “다만 내년에도 이같은 방식을 이어갈지 필요시마다 단순매입에 나설지는 만기별 채권 발행 계획과 내년초 시장 상황을 본뒤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