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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광복절을 기념해 지난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이 직후 삼성 경영 현안을 챙기는 등 사실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이 정한 취업제한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이는 5년 간 해당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 즉 지난 13일부터 향후 5년 간 삼성에 취업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현재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이같은 취업제한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취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기준으로 △무보수 △비상근 △미등기임원 등 세 가지를 꼽으면서, 이 부회장은 이들을 기준으로 취업제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봤다.
이어 삼성의 최종 경영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미등기임원이라 이사회 참석이 불가능한 이 부회장에 현실적인 경영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재 시민단체들이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취업제한 위반 주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구체적 사실관계를 추가적으로 따져 대표이사 등과 같은 권한 행사가 이뤄지거나 개별적 인사권에 개입한다면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며 “사회적으로는 편법 또는 탈법적 방법으로 법을 우회한 경영 참여로 법 취지를 형해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삼성은 이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다른 변호사 역시 “문 대통령의 가석방 취지에 비춰 현재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취업제한 위반으로 봐 처벌받을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일상적인 경영참여 행위도 취업제한에 위반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 역시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어 법적으로 문제될 여지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자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