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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준비된 부총리’, ‘구조조정 칼잡이’, ‘정통 경제통’, ‘엘리트 관료’…
2일 내정된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정통 재무 관료출신으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경험도 두루 쌓은 터라 대내외 위기로 둘러쌓인 한국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에 꼽히는 ‘엘리트 관료’ 출신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엘리트 관료’ 코스를 밟았다.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 시절 옛 기획원과 재무부 당시부터 명맥을 이어온 핵심 정책부서를 두루 거친 배경을 갖췄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동기들 사이에서 늘 선두주자였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내고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할 정도로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부 꽃 중의 꽃 보직인 금융정책과장과 종합정책과장을 모두 역임한 전무후무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정책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MB정권시절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일한 뒤, 지난 2010년에는 친정으로 돌아와 ‘기수 파괴’ 형식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승진했다. 2011년부터 2년간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을 하고 2013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연세대에서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초 금융위원장이 된 그는 조선·해운업에 메스를 들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가계부채 대책·인터넷전문은행 인가·핀테크규제 개선 등 굵직한 정책을 주도 했다. 기재부와 금융위 전체를 아우르면서 한국 경제의 시급 과제인 구조조정을 이끌 수 있는 ‘준비된 부총리’라는 꼬리표가 늘 붙는 이유다.
치밀하고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그는 꼼꼼하면서도 현장을 뛰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업무 몰입도가 강해 일 중독 성향도 강하다. 온화한 성격에 합리적 리더십을 갖춰 후배들로부터도 늘 존경을 받았다. 기재부 관료 시절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이나 선정되기도 했다. 후배인 기재부 한 관계자는 “업무, 리더십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분”이라면서 “치열한 일벌레이긴 하지만 때로는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이끌어 가는 좋은 선배”라고 평했다.
‘모피아’ ‘연금회’ 화려한 인맥
임 후보자는 대표적인 모피아(과거 재무부의 영문약자 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단어)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한 모피아의 핵심이면서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 실물 경험까지 있다보니 그의 ‘맨파워’는 화려하다.
연세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연금회’도 빠질 수 없다. 연세대 경제학과 78학번인 그는 현 정권의 실세인 최경환(경제75) 전 부총리의 3년 후배이고, 8년 선배인 이주열(경영70) 한국은행 총재와도 가깝다. 과거 ‘최경환-이주열’ 관계처럼 통화와 재정 수장을 연세대 출신이 맡으면서 경제정책 공조가 더 원활해질 가능성도 나온다. 정가 한 관계자는 “과거 최경환 부총리의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처럼 한은과 정책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위기의 한국 경제 구원투수될까?
화려한 인맥과 실무적 능력을 겸비한 만큼 우리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대내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는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경제부총리로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경제부처가 하나가 되어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순실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레임덕’ 정국에서 그의 색깔을 제대로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저성장시대로 굳어진 한국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타개책을 내놓기 보다는 과거 실패했던 정책을 ‘설거지’하는 데 끝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며 소신있게 경제정책을 밀어부쳐야 하는 과제가 관건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임명 이후 서너차례밖에 대통령과 단독 보고를 하는 데 그쳐 시급한 경제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컸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레임덕에 들어가긴 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청와대에서 나온다”면서 “임 후보자가 소신있게 직언하고 밀어부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