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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수사를 받던 남 변호사는 사업 파트너 김만배씨에게 “검사가 깐깐하고 말이 안 통한다”고 푸념했다. 그러자 김씨는 “담당하는 부장검사가 곽상도 전 의원의 대학 후배라서 잘 얘기가 될 것”이라며 곽 전 의원을 추천했다. 곽 전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그만두고 변호사 활동을 하던 시기였다.
남 변호사는 김씨의 추천을 계기로 2015년 1월까지 여덟 차례 곽 전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법률 상담을 받았다. 곽 전 의원은 자신을 찾아온 남 변호사에게 조만간 단행될 검찰 인사를 언급했다. 2015년 1월 말이나 2월 초면 검찰 정기 인사로 수사팀 검사가 바뀔 여지가 있었다. 그전에 수사팀 검사를 만나서 남 변호사를 변론해야 효과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려면 자신을 변호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두 사람의 법률 상담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선임이 미뤄지는 새 검찰 인사로 수사 검사가 바뀌면서 곽 전 의원에게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남 변호사는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2015년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2016년 3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됐다.
이 소식을 접한 곽 전 의원은 2015년 11월 김씨에게 남 변호사의 변호사비를 정산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2016년 3월 남 변호사에게 “곽 전 의원이 너 무죄받는 데 많이 도왔으니, 성공보수를 주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곽 전 의원을 만나러 차를 몰고 대구 사무실로 내려갔다. 변호사비로 지급할 현금 5000만 원을 뒷좌석에 실은 채였다. 쇼핑백에 넣은 돈뭉치가 너무 커서 차 내부 수납공간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돈을 받은 곽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일 유죄를 선고받았다. 형량은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5000만 원이다. 법원은 “곽 전 의원이 남 변호사 사건에서 한 노력의 정도와 기여도를 고려하면 5000만 원은 지나치게 많다”며 이 돈이 변호사비가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