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8시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선릉역 방향으로 향하던 전동차를 탄 직장인 김 모씨는 평소 지나쳤던 안내방송에서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와 함께 건내는 박영록 동대문승무사업소 소속 차장의 위로에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김 씨는 “마지막 출근길이라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는데, 기관사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되시라는 방송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면서 서울교통공사에 박 차장을 칭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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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여간 지속되면서 `코로나 블루(blue·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진심을 담은 열차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의 마음을 녹이는 승무원들에 대한 칭찬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전동차 내 안내방송은 하차역과 환승 안내·전동차 내 지켜야 할 예절 등 미리 녹음해 놓은 음원을 재생하는 자동 방송과 승무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육성 방송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자동 방송이 송출되지만 추가적으로 안내가 필요한 상황에는 육성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공사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직접 마음을 담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육성 방송을 이용해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감성 방송’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이번 코로나19 비상 상황 속에서 승무원들은 감성 방송을 통해 마스크 착용·기침 시 예절 등 위생 수칙을 안내하고, ‘걱정과 근심은 모두 두고 내리라’는 따뜻한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지하철 방역 현장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이들도 있다. 역사와 차량 곳곳을 청소·방역하는 공사의 자회사인 서울메트로환경(1~4호선 담당)과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5~8호선 담당)에 근무하는 환경·미화 담당 직원들이다. 지난 4일 아침 4호선 혜화역을 이용하던 한 여성이 스스로 몸에 열이 발생한다고 느껴 119에 연락을 했다. 잠시 후 방역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이 여성을 병원으로 후송하는 모습을 보고 근무 중이던 환경 직원 3명은 자발적으로 역사 전체를 즉시 소독했다. 다행히 이 여성은 확진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소독에 나선 환경 직원들은 혜화역 이용객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들었다고 한다.
지난 12일에는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청소·미화 담당 직원 80여명이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구매에 써 달라며 150만원을 모아 서울시에 기부했다. 월급에서 매달 5000원씩을 따로 적립해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기부에 참여한 직원 중 한 명인 광화문역 권미향 팀장은 “우리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나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성백진 서울메트로환경 감사가 퇴근길에 방문한 역에서 승객들을 위해 손잡이·의자 등을 닦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글이 사내 칭찬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