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 안 상한다는데…'품질 유지 기한'은 뭐지?[궁즉답]

자연물 채집해 벌집에 저장 또는 채밀한 것이 '벌꿀'
적은 수분·높은 당도…부패방지 효소도 있어 썩지않아
오래두어도 섭취 가능…변색 때문에 2년 소비기한 두는 경우도
이상기후로 벌꿀·꽃 생육 악영향…생산량 널뛰기 중
  • 등록 2023-10-17 오후 1:45:46

    수정 2023-10-17 오후 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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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남 남해군 서면 인근 산기슭에 놓여진 벌통 주위로 꿀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Q: 꿀은 보관만 잘하면 100년, 10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정상 섭취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보통의 식재료와 음식과 달리 꿀이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벌꿀은 ‘살아있는 식품’이라고 불립니다. 비타민과 단백질, 미네랄 방향성 물질, 아미노산 등 종합영양성분이 담긴 데다 효소까지 지니고 있어서죠. 꽃에 있는 당류인 슈크로스가 꿀벌의 입에서 나오는 효소의 작용으로 변화한 것이 바로 이 벌꿀인데 특히 주성분인 포도당의 효과로 원활한 신진대사를 도와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전문’에 따르면 벌꿀은 ‘꿀벌들이 꽃꿀, 수액 등 자연물을 채집해 벌집에 저장한 것 또는 이를 채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벌꿀류 제조·가공기준은 ‘화분이나 로얄제리, 당류, 감미료 등 일절 다른 물질을 첨가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명시했죠.

벌꿀이 소위 ‘유통기한’이 없는 이유입니다. 벌꿀류의 규격·기준을 보면 수분은 21% 이하이고 전화당과 자당이 각각 65% 이하, 7% 이하로 70% 안팎의 당분을 함유해야 하죠. 첨가물 없이 낮은 수분과 높은 당도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로 미생물이 번식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부패방지 효소까지 함유하고 있습니다.

단 벌꿀을 생산하는 업체별로 자체적으로 소비기한 표기하기도 합니다.

‘동서벌꿀’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경우 섭취에는 문제가 없으나 변색 가능성으로 제품에 2년의 품질 유지 기한을 표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통상 비슷한 기간의 품질 유지 기한을 표시하는 곡들이 많다고 덧불였습니다.

식약처는 먹다 남은 벌꿀의 보관법으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 유리병에 밀봉 △직사광선을 피할 것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16도 이상 상온에서 보관하길 권합니다. 더불어 임신·수유부와 영·유아 벌꿀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벌꿀에 함유된 소량의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라는 독소가 태아와 유아에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벌꿀 중에는 앞선 정의대로 꽃꿀 등으로 만들어진 제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벌꿀류 식품 유형에는 벌꿀을 비롯해 △벌집꿀 △사양벌집꿀 △사양벌꿀까지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죠. 여기서 사양벌꿀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만든 꿀로 벌꿀과는 엄연히 영양성분이 다르고 같은 효능을 기대하기도 어렵죠.

과거에는 이같은 사양벌꿀에 값싼 물엿과 캐러멜 색소, 밀가루를 섞어 소비자들을 속여 판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동서식품의 경우 가짜 벌꿀을 가려내기 위해 일찌감치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기계까지 도입해 소비자 신뢰 제고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꿀벌이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들이 많습니다. 꿀벌 개체 수 급감은 단순히 벌꿀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주요 작물들의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이같은 이상기후는 꿀벌이 좋아하는 먹거리 아카시아 나무 등의 개화시기를 축소시켜 양봉 농가를 종종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식약처의 최근 3개년 ‘식품 등의 생산실적’에 따르면 국내 벌꿀 생산량은 2020년 565t에서 2021년 432t으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다시 550t 규모로 늘어나며 널뛰는 모양새입니다. 벌꿀과 우리 양봉산업 보호 및 육성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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