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조정되나…수험생 혼란에 의대생들은 소송

증원안 원안대로 가나…'1년 유예설'도 거론되는 상황
'올해 적용' 대입시행계획 수정해야 하는 대학들 난색
수험생·학부모도 혼란 "올해 입시계획 어떻게 세우나"
의대 교수들 "의대 증원 거둬달라" 대학 총장에 호소
  • 등록 2024-04-17 오후 3:39:09

    수정 2024-04-17 오후 4:08:18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정부와 의료계 간 의과대학 정원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당장 올해 입시를 치러야 할 수험생과 대학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원 규모 재조정설까지 등장해 대학별 재배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 탓에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3학생들은 어느 대학에 지원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달까지 입학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대학 측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지방 의대 학생들은 총장을 상대로 입학전형 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는 취지의 소송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5일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달까지 ‘의대증원분 반영’ 변경안 마련해야 하는 대학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고3학생들이 치를 2025학년도 입시 관련 변동 사항은 이달 말까지 대학 선에서 마무리돼야 한다.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정원 등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제출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탓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대교협은 입학연도 시작 2년6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공표해야 한다. 이에 기반해 각 대학은 1년10개월 전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앞서 현 고3 수험생들에게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기본사항은 2022년8월26일에, 시행계획은 지난해 4월26일에 나왔다. 다만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거나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정원 조정이 있을 경우 대학은 대교협 승인을 거쳐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대학별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계획 조정안을 각 대학은 이달까지 대교협에 제출하고 대교협의 검토·승인을 거쳐야 5월 말까지 모집요강을 공고해야 한다.

“배분, 원안대로 갈까” 미지수…지방의대생들은 총장 상대 소송

대학들은 아직 조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사 결정도 학내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모습이다. 의대들의 집단 휴학, 수업 거부가 이어지고 있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 증원 반대 흐름도 여전하다.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도 요원한 상황에서 ‘증원 1년 유예설’까지 나오면서 정부가 발표한 증원분도 그대로 적용될지 미지수가 됐다.

의대를 운영 중인 한 지방 A대학 관계자는 “4월 말까지 수정된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하는데 전체 의대 증원 규모와 대학별 증원 규모가 조정된다면 대학들은 큰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대학의 의대는 내년도 입학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다. 그는 “배분은 끝났지만 지금으로선 200명이 최종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증원분이 또다시 조정된다면 하루빨리 수정하고 대교협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증원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마음만 급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지방 B대학 관계자는 “정부 배분안을 토대로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위한 학내 학칙 개정을 준비 중인데 지역인재전형 확대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에도 첨단분야 정원조정 탓에 각 대학의 학칙 개정이 늦어져서 대교협 계획안 제출 시기가 5월 중순까지 미뤄졌던 적이 있어서 시기는 조정이 가능할 걸로 본다”고 했다. 지방 C대학 의대교수는 “대학 본부에서 학무회의를 열어 모집인원 등을 확정하겠지만 의대 차원에서는 증원에 대한 동의·합의가 없으니 의견을 낼 수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의대생들은 각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입학전형 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는 취지의 소송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지방 의대생들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오는 22일 전국 32개 지방 의대생 1만3000여명은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총장들이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시행계획을 발표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학습권을 침해할 정도로 낮은 품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오후 서울 시내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교수들 “의대증원 거둬달라” 총장에 호소

이처럼 대학에서도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고3 수험생들의 입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래서 의대 증원은 되는 건 맞느냐”, “지금 상황이면 올해 증원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의대 진학을 노리는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자녀와 함께 대학 진학 계획을 상의하고 있는데 변수가 많아 특정 대학, 전형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등 법령상 기한에 맞춰 각 대학이 변경된 시행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고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의과대학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각 대학 총장들이 나서 의대 증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전국의 대학교 총장님께 보내는 서한’을 통해 “대학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기관, 연구를 하는 기관이지 외형적 발전만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교육자로서 본분을 생각하시고 무리한 의대 증원을 거둬달라”고 했다.

이들은 “의대 교육은 다른 분야에 비해 노동집약적이고 자원 소모가 많은 특성을 지닌다”며 “교육 시설들도 정량적인 부분만 간신히 맞출 뿐 정성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증원된 학생들을 수용해 임상 교육을 하려면 대규모 병원 증축이 필요하고, 현재도 의대 교수들이 교육, 연구보다 진료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함께 낸 성명서에서는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려면 의대 증원이 아닌 수가 조정 등 의료환경 개선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필수의료 위기는 공적 자원인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사적 영역에 방치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의사들이 수가, 진료 수입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 소신을 잃지 않고 진료할 환경을 구축하기 전에는 증원 논의가 의미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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