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슬픔과 분노' 서현역 난동 희생자 추모행렬 줄이어

지난 3일 서현역 묻지마 차량·흉기난동 이후
차량에 치인 60대 여성 지난 6일 오전 끝내 사망
사건현장 국화꽃과 고인이 좋아한 음료 놓여
"가해자 큰 처벌 내려야" 시민들 공포와 분노
서현역 인근 상권도 타격 "매출 4~50% 줄어"
  • 등록 2023-08-07 오후 4:49:59

    수정 2023-08-07 오후 7:38:14

[성남=이데일리 황영민 기자]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고가도로 진입로 부근 인도. 녹색 철제 펜스 앞에는 스무개 남짓한 국화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께 분당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남편과 함께 이곳을 걷던 중 서현역 테러사건을 일으킨 최원종(22·구속)의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씨는 사건 발생 사흘만인 지난 6일 새벽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씨의 부고가 알려진 뒤 사건현장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이들의 흔적으로 채워지고 있다.

서현역 차량·흉기 난동으로 희생된 이모씨 사건 현장 부근에 놓여진 꽃다발과 추모 글귀들. 황영민 기자
‘그동안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 너무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저희만 살아서…’ ‘너무너무 사랑했던 언니, 언니랑 같이 했던 11년이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착한 당신!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요!’.

꽃다발 위에 붙어있는 쪽지에 적힌 글들이다. 이씨의 가족 혹은 지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슬픔이 절절히 묻어난다. 꽃다발 아래로는 생전 이씨가 좋아했다던 디카페인 커피 음료와 빵, 과자 등이 놓여졌다.

출근시간이 지났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현장에서 만난 이미연(43)씨는 전날 이씨의 빈소를 다녀온 뒤 이날 다시 사고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고인과 한 동네에 지내면서 알고 지냈던 사이라는 이씨는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부부사이가 매우 좋았고, 항상 밝고 착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사건 이후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돼 고인께서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료를 들고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현역 난동사건 사망자를 추모하는 공간에서 지나가던 행인이 생전 고인이 좋아했다고 알려진 음료를 내려놓은 뒤 묵념을 하고 있다. 황영민 기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엽서를 가져다 놓은 안모(45)씨는 “많이 참담하다. 외국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동네에서 벌어져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이어 “이 길은 평소 마트를 가기 위해 다니던 길인데 사건 이후로 오지 못하다가 어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서 피해자분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원한도 없는데 (피해자는) 지나가다 날벼락을 맞았다. 가해자에게 꼭 큰 처벌이 내려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서현역 인근 상권도 큰 타격을 받았다. 사건 발생지점 옆 안경점 업주는 “평소 서현역 앞 도로는 불법주정차로 하루에도 단속을 3번씩 나올 정도로 차가 많은데 오늘은 텅 비었다. 지난 주말에도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했으며, 인근 휴게음식점 종사자도 “휴가철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매출이 평소보다 4~50%는 감소했다”고 했다.

서현역 앞 상가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전모(42)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금요일 주변 직장인들이 휴가를 많이 냈다고 들었다. 당일 점심 매출도 평소보다 3분의 1가량 줄었다”며 “평소 즉석떡볶이집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았는데 사건 이후 발길이 많이 끊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서현역 난동 사건 관련 피해자와 그 가족,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지원한다. 사진은 서현역 앞에 걸린 심리지원 안내 현수막. 황영민 기자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는 이번 사건 피해자와 가족,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성남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는 7일 오후 3시 기준 15명이 상담을 접수했다.

성남시는 또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 지원사항을 파악해 소득 및 재산 기준에 따른 지원 대상이 되면 피해자에 대한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과 사망자 장례비 지원, 기부금 등 추가지원을 검토 중이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에서 발생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난동으로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당초 14명 부상에서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사건을 일으킨 최원종의 혐의를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살인 등’으로 변경해 구속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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