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그다드는 통제 불능

연일 폭탄테러..파월 "게릴라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 등록 2003-10-27 오후 9:36:41

    수정 2003-10-27 오후 9:36:41

[오마이뉴스 제공] 이라크 상황이 미국이 종전을 선언한 지 6개월만에 거의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드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26일 "이라크 게릴라들의 공격이 이렇게 강하게 오래 계속될 줄 몰랐다"고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알 라시드 호텔에 대한 공격이 벌어진 지 불과 하룻만에 27일 오전 바그다드 시내 적십자사 빌딩 부근에서 폭탄을 실은 앰뷸런스가 폭발하는등 4건의 폭탄 공격으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쉴새없이 터지는 게릴라들의 공격은 그 횟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더 정교하고 대범해졌다. 이라크 수도이자 미군이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바그다드가 가장 게릴라 공격이 활발하다는 것은 미국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6일 파월 장관은 바그다드의 알 라시드 호텔이 로켓 공격을 받은 뒤 미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해 "우리는 (게릴라들의 공격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정도의 강도도 계속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매우 도전적인 시기다. 우리는 이 같은 안보 상황을 통제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단 3일간의 게릴라 공격양상만 살펴봐도 파월의 실토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7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각)께 바그다드 시내 국제적십자사 건물 앞에서 차량 폭탄 폭발로 최소한 2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최소한 1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폭발 뒤에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연달아 3곳에서 또다른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이 폭탄공격은 각각 이라크 보건청사와 경찰서 2곳을 겨냥했다. 26일 알 라시드 호텔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군이 초비상 상태에 있는 가운데 이를 비웃듯 폭탄 테러가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알 라시드 호텔에 대한 공격은 미군 대령 1명 사망과 16명 부상이라는 피해규모를 떠나 미군에게 미친 심리적 압박감이 대단했다. 알 라시드 호텔은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이 영빈관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의 상징이었다. 이 호텔 부근에는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 미 동맹군 사령부, 미군 공보실 등이 몰려있어 평소에 경비가 가장 삼엄하다. 더구나 지난달 27일에도 사상자는 없었지만 한번의 게릴라 공격이 있어 보안이 강화된 상태였다. 여기에 폴 월포위츠라는 미 국방부 부장관이자 신보수주의자들 대표하는 인물이 투숙하고 있는 동안 공격이 벌어졌다. 게릴라들은 알 라시드 호텔 남서쪽으로 불과 360m 떨어진 곳까지 침투했다. 픽업 트럭에 68mm와 85mm 로켓 40발과 발사기를 싣고와 순식간에 발사하고 도주했다. 알 라시드 호텔에 머물고 있던 수백명의 투숙객들은 거의 잠옷바람으로 호텔 밖으로 피신해야 했다. 이 공격이 일어난 지 불과 15시간 뒤에 알 라시드 호텔에서 북쪽으로 2km정도 떨어진 알 만수르 호텔 부근에서 2번의 폭발음이 들렸다. 알 만수르 호텔을 지나던 미군 차량에 게릴라들이 대전차로켓포(RPG-7)을 발사한 것이며 사상자는 없었다. 전날인 25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 1대가 게릴라들의 로켓포 공격으로 격추됐고 5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지뢰가 터져 미군 3명이 부상당하고 보병전투차량 1대가 불에 탔다. 또 바그다드 서쪽지역에서는 미군 탱크가 기습공격을 당한 뒤 갑자기 진로를 바꾸면서 마주오던 택시와 충돌해 이라크인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그러나 미군은 이 사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지난 24일 바그다드 북쪽 110km지점의 사마라에서 미군 기지를 겨냥한 박격포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사망했다. 같은 날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모술에서는 미 101공중강습사단 병사 1명이 게릴라들과 교전도중 전사했다. 역시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정부청사를 경비하고 있던 미군을 상대로한 박격포 공격이 있었다. 키르쿠크에서는 지난주 게릴라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전사했었다. 또 키르쿠크 부근에서는 쿠르드족의 태권도 시범팀 버스가 공격을 받아 11명이 부상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중태다. 미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라크 남부 아마라시의 하미드 하디하산 알 아베 경찰청장이 24일 알 후세인 사원에서 기도한 뒤 귀가하다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26일 스페인군 1명이 오발사고로 사망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지난 26일까지 모두 345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1675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지난 5월 1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뒤 모두 207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이는 종전 선언 이전 158명보다 훨씬 많다. 리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주 "이라크 게릴라들의 공격이 최근 몇주간 더 격렬해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하루 20~25건의 교전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하루 평균 35건으로 급증했다"고 인정했다. 게릴라 공격이 격렬해지자 미 행정부는 새로운 대 테러 무기를 이라크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게릴라 저격수를 공중에서 포착해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장비, 도로에 묻혀있는 폭탄이나 부비트랩을 발견하는 장비 등이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의 전후 점령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것은 미 행정부가 몇가지 근본적인 오판을 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은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해방자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점령자로 생각한다. 특히 사담 후세인 정권이 타도된 뒤 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성인 실업률은 70%에 이른다. 이라크인들은 "자유도 없고 빵도 없으며 치안도 없는 상황"에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때가 더 나았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라크인들이 늘어나는 무엇보다 이런 경제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후세인 정권 때는 "10년간에 걸친 유엔의 경제제재"라는 핑계가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래부터 이라크 민중들에게 뿌리가 없이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세워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갈수록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또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 있던 수십만명의 군인들이 체계적으로 무장해제된 것이 아니라 무기를 그대로 지닌채 와해됐다. 순식간에 실직자가 된 이들은 "무장한 불만자"로 미군 당국을 괴롭힌다. 지난 19일 MBC <시사매거진 2580>팀과의 인터뷰에 등장한 게릴라 6명은 모두 이전에 공화국 수비대원이거나 특수부대원들이었다. 한 게릴라는 "바그다드 인근에 거대한 무기 저장창고가 있다"며 "소총이나 로켓탄은 물론 각종 미사일 까지 원하는 무기는 무엇이든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릴라들은 산발적이 아닌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군 당국도 게릴라들이 갈수록 정교한 전술을 조직적으로 구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소총과 대전차 로켓포로 무장한 게릴라들은 매복을 위주로 미군을 노린다. 지뢰나 부비트랩을 미군 순찰차량이 지난 곳에 묻어놓았다가 폭발시킨다. 일부 게릴라들은 일부러 폭탄을 터뜨린 뒤 이 소리를 듣고 온 미군들을 매복했다가 공격하는 지능적인 수법을 쓴다. <시사매거진 2580>팀의 인터뷰에 응한 게릴라들은 한달 봉급이 50달러에 불과한 공무원보다 몇배나 되는 월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들은 상당히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안의 종교적인 갈등도 미군 점령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 하에서 탄압받았던 시아파들이 쉽게 미군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아파 안에서도 미군당국에 대한 협조 여부를 놓고 무장 충돌까지 발생하고 있다. 예를들어 올해 30살에 불과하지만 시아파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알 사디르는 노골적인 반미 투쟁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 툴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이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알 하킴은 미군 당국에 협조적인 인물이었다. 미국은 당시 암살사건이 후세인 추종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시아파 내부의 권력 다툼과정에서 알 하킴이 살해된 것으로 분석했다. 알 하킴 암살사건의 유력한 배후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된 사람이 바로 알 사디르다. 지난 17일 이라크 시아파의 성지인 카르발라에서 교전이 벌어져 미 101공중강습사단 소속 병사 3명이 전사했다. 이미 이전에 이곳에서는 시아파 강온파끼리 전투를 벌여 사상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미군의 정보수집능력 역시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의 최신 보고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져 인명피해가 커졌다"며 "현재 활동중인 69개 전술 정찰팀이 하루 최소 120건의 보고서를 생산해야 하지만 실제는 30건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인들이 가진 근본적인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이다. 지난 7월22일 후세인의 아들인 우다이와 쿠사이가 미 101공중강습사단의 손에 의해 사살됐을 때 미국은 게릴라들의 저항이 곧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다이와 쿠사이는 "순교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이는 앞으로 설사 후세인 전 대통령이 체포된다고 하더라도 공격이 계속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이라크 과도 통치위원회 수장인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은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라크에서 중대한 테러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붙잡히더라도 미군에 대한 공격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2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가 아니면 지고 있는가"라는 내용의 메모를 군 고위 당국자들에게 회람시켜 파문이 일었다. 이라크 재건을 위한 모금도 신통찮다. 미국은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이라크공여국 회의에서 330억달러를 모금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200억달러는 미국이 부담(절반은 차관)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5억~42억달러, 세계은행이 30억~50억달러를 내겠다고 했다. 여기에 최대 50억달러까지 내놓을 생각인 일본을 제외하면 실제 모금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문제는 이라크 상황이 이제 더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바그다드에 진주중인 한 미군은 알 라시드 호텔 공격현장에서 "우리가 미군을 모든 골목길 곳곳마다 세워놓지 않은한 이런 종류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월포위츠는 알 라시드 호텔이 공격받은 뒤 자신의 건재를 확인시켜주듯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새롭고 자유로운 이라크의 현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가차없이 그들을 추적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을 얻고 있고, 우리 편에 선 이라크인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죽어가고 있는 범죄자 정권의 필사적인 테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임무를 완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 라시드 호텔이 로켓 공격을 받자 혼비백산한 수백명의 투숙객들은 대부분 잠옷이나 팬츠 바람으로 연기가 자욱한 호텔을 허겁지겁 빠져나왔다. 12층에 묵고 있던 울포위츠 부장관은 로켓탄이 13층에 명중하는 바람에 위기를 넘겼다. 투숙객들은 알 라시드 호텔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인근 다른 숙소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이는 미국이 나중에 이라크에서 이런 모습으로 떠날지 모른다는 것을 예고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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