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지구촌 덮친 엘니뇨…이상기후로 식량가격 '들썩'

설탕·쌀 등 국제 곡물가 급등…가뭄·폭우로 생산량↓
동남아·아프리카 등 엘니뇨 영향권 겹쳐 식량난 우려
엘니뇨 따른 경제 피해 2029년까지 3800조원 추산
  • 등록 2023-07-17 오후 4:23:14

    수정 2023-07-17 오후 7:23: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설탕, 카카오빈, 올리브유 등 글로벌 식량 가격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4년 만의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농작물 생산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서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저소득 국가 상당수가 엘니뇨 영향권에 포함돼 식량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쌀을 재배하고 있는 인도 농부들.(사진=AFP)
국제 곡물가 일제히 급등…가뭄·폭우로 생산량 줄어

1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국제 식품 시장에서 설탕의 원료인 원당(raw sugar) 선물 가격은 지난 4월 말 파운드당 24.3센트를 넘어서며 약 11년 반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파운드당 22센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해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80% 급등한 수준이다. 주요 생산국인 인도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강우량 감소로 사탕수수 흉작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의 주요 원인은 4년 만에 지구촌을 덮친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다량의 수증기가 증발해 거대한 상승기류를 형성하고 지역에 따라 폭염, 폭우, 가뭄 등을 유발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월까지 엘니뇨가 지속 발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뭄이나 폭우가 흉작으로 이어져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빈 국제 선물 가격은 세계 1·2위 공급국인 코르티부아르와 가나에서 폭우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6월 말 46년 만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커피콩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인스턴트용으로 주로 생산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6월 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동남아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쌀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국제 가격 벤치마크인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톤당 535달러로 2021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에서 강우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특히 세계 최대 쌀 무역국으로 전 세계 공급의 40%를 담당하는 인도는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어 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쌀 대체 곡물인 밀도 공급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1위와 5위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치르고 있고, 2위 수출국인 호주는 엘니뇨에 따른 강우량 감소로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호주 정부는 2023~2024년 밀 수출량이 전년대비 2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선 올리브유 가격이 킬로그램당 7유로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킬로그램당 4유로를 넘어선 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75% 급등했다. 전례 없는 가뭄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을 덮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외에도 과자나 세제 등에 사용되는 팜유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2002년과 2009년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에도 팜유 가격이 전년대비 30~70% 급등한 바 있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저소득국 식량난 심화·경제적 피해 우려

엘니뇨에 따른 피해는 농산물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페루 앞바다의 해수 온도 상승으로 페루와 칠레에서 양식어 먹이로 쓰이는 멸치 어획량이 감소했다. 이에 양식어 사료 가격이 2015년 이후 최고가로 뛰었다. 일반적으로 양식어업에서 사료 비용이 60~70%를 차지한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다만 미국 중서부와 아르헨티나 등 가뭄에 시달렸던 지역에서는 강우량이 늘어 풍작이 예상된다. 이는 국제 곡물 수급 불균형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우려는 외화가 부족한 저소득국 등의 식량난이다.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 충분한 식량 수입이 어려워진다.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은 이번 엘니뇨에 따른 글로벌 경제 피해가 2029년까지 3조달러(3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5월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가 세계 경제에 입힌 피해액은 1982~1983년 4조 1000억달러(약 5195조원), 1997~1998년 5조 7000억달러(약 7222조원)로 각각 집계됐다.

닛케이는 “지난해 세계 식량불안에 직면한 24억명 가운데 대다수가 올해 엘니뇨 영향권인 아시아(11억명)와 아프리카(8억 6800만명)에 거주하고 있다”며 장기 기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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