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 부국' 가이아나 합병 95% 찬성

국민투표 결과 찬성률 95% 기록 발표
ICJ 자제 명령…국제적으로 법적 효력 無
"내년 3선 도전 마두로 대통령 힘 과시용"
  • 등록 2023-12-04 오후 5:30:22

    수정 2023-12-04 오후 5:30:2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를 합병하자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95% 찬성으로 가결됐다. 가이아나는 남미의 대표 산유국으로 8년 전 석유가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웃 석유 부국인 가이아나 합병과 관련한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가이아나와의 영토분쟁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관할권을 거부하고 석유가 풍부한 에세퀴보 지역에 베네수엘라의 새 주를 설립하는 방안에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가이아나 에세키바 지역의 합병에 찬성하는지 묻는 국민투표에서 95%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총인구는 약 2883만명인데 찬성표는 1050만표에 달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체 투표수, 투표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두로 정부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규모 영토와 그 유역에 대한 대중의 지지 의사를 모으기 위해 이번 투표를 진행했다.

베네수엘라 국민투표는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ICJ도 지난 1일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할 것”을 명령했다.

로이터는 이번 국민투표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3선 도전을 앞두고 힘을 과시하는 용이며, 정부에 대한 지지를 시험하고, 공정 선거에 대한 국내외 요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밀어붙였다고 정치·안보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완전한 성공”이라며 “베네수엘라 국민은 크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가이아나를 둘러싼 분쟁은 100년 넘게 계속됐다. 베네수엘라는 1899년에 당시 국제기구인 중재재판소가 현재의 가이아나 땅이라고 판정한 것에 인정할 수 없다며, ICJ에 제소하며 분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2015년 미국 기업 엑손모빌이 에세퀴보 앞바다에서 석유를 발견한 이후 지난 9월 가이아나 정부가 에세퀴보 해역 석유 탐사 허가권을 놓고 입찰하는 경매를 열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엑손모빌이 개발 중인 에세퀴보 스태브록 개발구에는 11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집계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일 73만5000배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양국과 국경을 맞댄 브라질이 국경지대에서 군사력을 늘릴 정도로 무력충돌 우려 등 이미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이번 투표에 앞서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접경지역에 레오파드 전차를 배치하는 등 만일에 대비해 군사작전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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