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아지, 너무 보고싶다"…'등굣길 참변' 아빠의 글

  • 등록 2023-05-10 오후 4:31:23

    수정 2023-05-10 오후 4:31:23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최근 부산 영도구 스쿨존에서 등교하던 10살 황예서 양이 대형 화물에 부딪혀 숨진 가운데 유족 측이 재차 딸을 향한 그리움을 드러내 먹먹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온라인상에는 ‘부산 영도구 황예서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부산 스쿨존 사망 사고 희생자 아빠라고 밝힌 A씨는 “자식을 잃은 아비가 자식에게 쓰는 편지글”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진=SNS 캡쳐)
A씨는 “나의 강아지 예서야, 너무 보고 싶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했기에 사고 당시 영상을 수십 번 돌려 보니 얼마나 아팠을지 마음이 찢어진다”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눈물만 난다. 꿈에서라도 나타나 힘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손을 잡아 준 우리 강아지. 고맙고, 행복했고, 감동이었다”며 “다른 사람들은 이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지만, 네가 신나게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엄마 앞에서 엉덩이춤을 추던 이곳을 어찌 떠나겠니”라고 여전한 슬픔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A씨는 사랑스러운 딸의 생전 모습도 추억했다.

그는 “어버이날 우리 강아지가 있었다면 하트를 잔뜩 그린 편지를 웃으며 건넸을 텐데..”라며 “곧 생일이다. 흔한 생일 축하 노래에도 세상 기뻐했던 나의 행복, 버텨낼 수 있게 아빠에게 힘을 주면 좋겠다”고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8시 31분께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이 대형 원통 모양의 1.5t짜리 어망 통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황양은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다른 학생 2명과 30대 여성은 부상을 당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일으킨 물체는 어업에 쓰이는 어망용 실(섬유)을 말아놓은 통 형태다. 당시 한 지게차가 경사로 상부에서 하역작업을 했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망통이 떨어져 내리막길 160m 정도를 굴러 내려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스쿨존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 학부모들이 9일 오후 영도구청 앞에서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지난달 30일에도 온라인상을 통해 세상을 떠난 딸을 추억하는 글을 올려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A씨는 “엄마에게 메신저로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 고백을 하던 아이다. 공부하다가도 놀다가도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렸다”며 “엄마가 아이 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참 행복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는 사고 당일 모르는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하더라”며 “기사로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동생이라더라. 그 아이는 경상이라 다행”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아이는 심폐소생술이 소용없는 장기 파열로 사망했다”며 “손에 작은 가시가 박혀 있어도 울던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걱정하고 본인의 몸이 좀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기뻐한다면 자기희생을 하는 아이라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할까 늘 걱정했다”며 “내일이 사랑했던 우리 장모님 기일인데, 장모님과 하늘나라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9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어망제조업체 대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사고 당시 같이 하역 작업을 했던 업체 직원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트레일러 운전자에 대해선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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