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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지휘자로 정식 데뷔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9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지휘라는 세계를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기에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선욱은 오는 12월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지휘하며 오랜 시간 꿈꿔온 지휘자 데뷔 무대를 갖는다.
그는 지휘자 정명훈과 김대진의 추천으로 영국 왕립 음악원 지휘 석사과정에 입학해 2013년 졸업했지만, 지금껏 정식 데뷔 무대를 갖지 않았다.
2015년 본머스 심포니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 포디움(지휘대)에 오른 적 있지만, 이는 ‘깜짝 이벤트’ 성격이 짙었다. 당시 김선욱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협연을 마친 뒤 카릴 카라바츠의 권유로 지휘봉을 넘겨받아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를 짧게 지휘했다.
이 때의 인연으로 김선욱은 올해 4월 본머스 심포니와 첫 지휘 데뷔 무대를 가지려 했지만,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끝내 불발됐고, 이번에 KBS교향악단과 정식 데뷔 무대를 갖는다.
김선욱은 “피아노가 ‘작은 우주’라면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큰 우주’다”라며 “피아노는 다른 악기보다 음역대가 크고 화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 곡을 분석하는데 분명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김선욱도 브람스에 정통한 연주자다. 독일 명문 악단 드데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실황 음반이 이달 발매될 예정이며 12월에는 브람스 교향곡을 직접 지휘할 계획이다.
김선욱은 “정경화 선생님의 오래된 팬이며 선생님이 녹음한 수많은 음반을 들으며 자랐고 공연을 보며 꿈을 키웠다”며 “이번에 리허설을 자주 하며 선생님이 음악으로 그리는 큰 그림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과 좋은 호흡으로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김선욱은 12월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두 차례 연기했던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다. 이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을 연주한다. 베토벤이 심해진 난청으로 인해 오로지 감성과 상상력에 의존해 만들어낸 걸작들로, 자신과의 사투를 이겨낸 후 힘들었던 인생을 되돌아보는 듯한 자기 고백적인 장면이 떠오르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