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정학 리스크에 휘둘리는 韓…"한·미 정상회담이 분기점"[만났습니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 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 인터뷰
美·中 사이 낀 韓 반도체…주변국 동원 對중국 규제에 연일 불똥
보조금 목줄로 기밀 내라는 美…“정보 주면 1위 경쟁력 잡힐 것”
윤석열·바이든 한미정상회담…”韓 반도체 살릴 중요한 협상 기회”
  • 등록 2023-04-12 오후 4:00:00

    수정 2023-04-12 오후 7:37:21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중국과 반도체 패권을 다투는 미국이 일본·네덜란드 등 주변국을 동원해 중국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중국을 벗어나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중국 반도체공장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은데다, 중국이 외면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우리 기업들의 중국 사업이 칼자루를 쥔 미국에 달린 탓에, 이달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봤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 전문학회인 반도체공학회의 이규복 회장을 11일 만나, 국제 정세가 우리 반도체기업에 미칠 영향과 우리 기업들이 가야할 길을 물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이 주변국으로 확전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을 동원했다.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도 오는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나섰다.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 중국 공장의 경쟁력이 나빠지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일반 가전에 쓰이는 반도체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으나, 길게 보면 반도체 전반적으로 수준이 오른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기술력을 개선하지 못하면 언젠간 점유율 하락이나 수요처 확보 등 성장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도 미국 메모리기업 마이크론 때리기에 나섰다.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보여주기식 행동이다.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조건 ‘가드레일’ 조항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설을 규제하면서도 어느정도 생산은 가능하게 길을 열어뒀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사업을 줄이거나 접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운영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 기업이 중요하다. 중국 내에 양질의 메모리를 만드는 기업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들이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에서 발을 빼면 중국으로선 메모리 공급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중국도 자국의 메모리 기업이 있지만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 등에 들어갈 만큼 기술력이 받쳐주지 못하고 생산물량 자체도 수요를 감당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 보조금도 우리에겐 리스크다. 차라리 안 받을 수는 없나.

△미국이 요구하는 정보에는 삼성이 메모리 1위에 오른 노하우가 간접적으로 담겼다. 이게 공개되면 우리로선 시장 1·2위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보를 주지 않고 보조금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건 미국의 공급망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이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사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반도체공장은 용수, 전력, 인력 등 여러가지 바탕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반도체 인프라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로 나올 우려가 있다. 미국은 보조금이란 수단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는 상황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정부간 협상이 가장 중요하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유지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면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나 우리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이달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이때가 우리 반도체업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나 반도체가 전 산업군을 이끄는 업종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는 의미가 더 크다.

-‘슈퍼 을(乙)’이 되려면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건가.

△ AI 반도체와 차량용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AI 반도체는 중장기적으로 사용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일부 국가, 일본, 한국 등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앞서 나가는 곳은 딱히 없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으면 먼저 치고나갈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차량용반도체도 수요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기존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100개 정도 된다고 하면, 전기차는 500개~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 등 점점 필요한 양이 많아진다. 자율주행차량에 달린 센서 대부분에 반도체가 같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전력반도체는 에너지 이슈가 부각된다는 차원에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 전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전자기기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기술의 전력반도체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인하대 미디어시스템 공학박사 △미 BTI 파견연구원 △미래창조과학부 ICT디바이스 CP △단국대 초빙교수 △국가연구개발 간접비 산출심의위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 △반도체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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