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분석은 없고 공포감만 있다

  • 등록 2014-03-18 오후 7:18:07

    수정 2014-03-18 오후 7:18:07

[김용국 NICE신용평가 전무] ‘멕시코가 100년 만기 파운드화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이 한 달간 달러기준 13% 상승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공무원연금이 신흥국 인프라사업 투자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2주간의 뉴스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나는 분명히 아침마다 신흥국이 위험하고, 곧 망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듣고 왔는데 혹시 나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일까?

그렇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바로 ‘분석’이 없는 세상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신흥국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자금시장은 더 빡빡해졌다. 한동안 찾기 어려웠던 신흥국 우량 국채와 회사채가 달러표시 채권시장에 싼값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우량기업의 주식이 이전의 반값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헐값이 된 양질의 신흥국 자산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외신이 떠드는 신흥국 위기론을 되뇌고 있을 때, 이들은 뒤에서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브라질 주식은 팔지만, 브라질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달러표시 채권은 산다. 터키 주식은 던지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로는 몰려든다. 아르헨티나의 달러표시 국채는 여전히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분석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태가 가능하다. 신흥시장에는 다양한 국가와 투자기회들이 있기에 분석만 잘 한다면 지금이 투자에 나서기 좋은 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위기국으로 지목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왜 갑자기 주목을 받는지, 이들 정부가 그동안 어떤 대책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신흥국 투자기회가 우리에게 그림의 떡인 이유다. 국내 채권시장에는 크레딧물이 부족하다. 회사채라고 해봐야 대그룹 계열 기업들이 발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나머지는 은행채와 공사채다. 산업 분산도도 낮아 경기변동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짜기 어려운 구조라 해외채권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어떠한가? 선진국 하이일드채권이 각광 받을 때, 투자자를 모집해서 외국계 운용사에 맡기는 것이 전부다. 돈을 맡기고도 그들이 만들어준 자료만 볼 수 있지, 어떤 기준으로 투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옆에 앉아서 배우지도 못한다. 우리의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고, 우리나라 금융이 점점 왜소해지는 이유다.

NICE신용평가는 수년 전부터 외국정부에 대한 신용등급을 부여하면서 신흥국 경제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외국의 시각으로부터 자립하기 위해 해마다 방문해서 정부와 중앙은행 관계자를 만난다. 자료도 많이 사야 한다. 쉽게 그들의 시각을 받아 써서는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는 길이다.

하지만 전체 금융시장 차원에서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키워야 하며,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투자은행(IB)들의 역량도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해외채권과 주식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금융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이라고 한다. 사람을 키워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이 진정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인지 자문해봐야 할 일이다. 사람을 키우지 않고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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