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구 귀향 "대통령으로 못 이룬 꿈, 이제 다른 이들의 몫"(종합)

사저 주변 지지자들로 인산인해…지역 환영 인사
"지난 5년 견디기 힘들어…많이 부족했고 실망 드렸다"
"국민 한 사람, 좋은 이웃으로서 성원에 보답하겠다"
尹 방문 의지에…유영하 변호사 "연락 받은적 없어"
  • 등록 2022-03-24 오후 2:32:38

    수정 2022-03-24 오후 2:32:38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로 돌아왔다. 그는 24일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한 사저 앞에서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특별사면을 받은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시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15분 승용차를 타고 사저에 도착했다. 이미 일대는 귀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찾은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의 등장에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커졌다. ‘탄핵무효 명예회복’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늘 건강하세요’ 등이 적힌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화동의 꽃다발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오전 퇴원할 때 보인 올림머리 모양에 남색 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그는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직후 소주병이 날아들면서 담화문 발표는 중단됐다. 파열음이 나온 즉시 경호진들이 박 전 대통령을 감쌌고, 한 남성이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히면서 장내는 곧 정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이어갔다. 그는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에 여러분들”이라며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 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달성에 얽힌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여기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기에 이 달성군 흙 속에 제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가·구지·다사·합인 등 관내 명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제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특별사면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사저에 온 24일 대구시 달성군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대구 이영훈 기자)
또 “제가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참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다. 전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은 이곳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며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며 “앞으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나가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인사가 끝난 뒤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100% 완치돼서 퇴원하신 게 아니고 의료진이 통원치료 가능할 정도 돼 권고하셔서 나왔다”면서 “당분간 건강 회복에 전념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주 사저를 직접 방문한다는 의지를 보인 데 대해서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긴 했으나 직접 연락받은 적은 없다”며 “만약 (윤 당선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그 문제는 제가 답할 성격의 것이 아니고 박 전 대통령께서 결정을 하면 언론을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후 “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짧게 인사했다. 현장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부총리, 조윤선 전 정무특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들이 집결했다.

지난해 특별사면을 받은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에 분향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향후 행보 등의 질문을 뒤로 하고 곧장 병원을 빠져나간 박 전 대통령은 마련된 차량을 타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경례와 묵념으로 참배를 마친 후 8분께 머물렀고, 이후 별다른 발언 없이 대구로 향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신년 특별사면으로 지난해 12월 31일 0시에 석방됐다. 당초 지난달 퇴원을 예상했으나 회복 속도가 더뎠고, 최근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가 돼 퇴원 권고를 받았다. 지난 2일 대리인을 통해 대구 사저에 전입신고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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