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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의 불법활동에 따른 피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쉬운 면이 크다”며 “기업에 손해를 끼치면서 시위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전문경영인학회장)도 “이번 대법원 판결이 노조 측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업 입장으로선 불법파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명분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대법원은 현대차와 쌍용차 사측이 노조의 불법파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에서 사측 승소 취지의 원심판결을 깼다.
쌍용차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쌍용차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액수를 줄여야 한다고 봤다. 원심은 금속노조가 쌍용차에 33억114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쌍용차가 파업 복귀자에 지급한 18억8200만원은 파업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보기 어렵다며 배상금 산정에서 제외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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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판결에 관해서는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이 이미 입법화돼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조 개별 조합원의 역할과 손해 발생 기여도 등에 따라 책임을 달리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 명예교수는 “불법행위란 사람이 하는 것인데 노조원 개개인의 책임에 제한을 두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기도 전에 사법부가 판결로 노조법 개정안을 입법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들로 기업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기업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게 됐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파업을 부추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며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어떤 손해를 회사에 입혔는지 일일이 찾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노란봉투법의 효과가 벌써부터 사실상 효력을 갖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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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대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도 “민법에서는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참가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민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산업현장에서 유사한 불법행위들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에 더해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노조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조합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유사 판결이 잇달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노조 활동이 거센 측면이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아직 시기상조인 만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국민 및 정치권 공감도를 고려해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