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내년이면 글로벌 3위, 아시아 1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최형록 발란 대표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 대표는 “철저하게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 나온 목표”라며 “1조원 거래액을 달성해 파페치(3조 6000억원)와 네타포르테(1조원)와 ‘글로벌 톱3’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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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발란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확실한 1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최 대표는 “내년 월 1000억원 규모의 거래액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잠재수요가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울 지역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3040 타깃 고객 중 온라인으로 넘어온 사람이 절반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란의 타깃은 스톤 아일랜드, 메종키츠네를 선호하는 20대보다 서울 강남에 사는 35~39세 여성에 가깝다”며 “이 고객을 움직이는 게 숙제였는데 올해는 그 부분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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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유럽 현지 명품 가격과 국내 유통 가격이 다른 데서 오는 아비트라지(차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공군 장교로 전역한 최 대표는 2015년 사업계획이 담긴 카탈로그 한 장 달랑 들고 이탈리아 부티크를 설득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500원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차관을 유치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연상케 한다.
최 대표는 “초기 2년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2018년부터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했고, 2019년부터 지금 발란의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소개했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은 머스트잇, 트렌비, 캐치패션 등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발란은 내년 추가적인 자본 유치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각오다.
최 대표는 “소셜커머스 시장은 초기에 3사가 경쟁했지만 쿠팡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데카콘(시총 10조원)을 달성했고, 나머지 2개사는 유니콘(시총 1조원)이 됐다”며 “이 시장도 해외자본과 스마트한 회사가 결합해서 살아남은 곳이 데카콘이 될거라고 본다. 지금부터는 속도 경쟁이다”고 했다. 이어 “내년 거래액 1조원을 내면 전체 온라인 명품 시장(약 2조원)의 점유율 50%가 된다”며 “과반 점유율을 달성하면 이커머스의 숙명인 생존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다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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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는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3위 명품 시장으로 이커머스 침투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한국이 그랬던것처럼 일본도 티핑포인트를 넘으면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클 것”이라며 “현지 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란(撥亂)의 사명은 한자어로 ‘난을 평정한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사명처럼 온라인 명품시장을 평정할 때까지 스타트업 정신으로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개인적으로 최애 명품은 ‘듀퐁 브리프 케이스’인데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마음으로 미팅할 때 마다 들고 다녀 지금도 이 가방을 보면서 초심을 다진다”며 “ 고객을 많이 모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지난 6년간의 혁신보다 내년이 더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