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응 특별점검반' 꾸리는 카카오뱅크…분위기 반전 통할까

비상대응반 신설·예적금 금리 인상 등 신뢰회복 총력
“고객불신 여파로 수신잔액 증가 추세 둔화 가능성”
시들한 여론 속 개인사업자 뱅킹 시장 안착할까
  • 등록 2022-10-25 오후 4:09:31

    수정 2022-10-25 오후 10:25:44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카카오뱅크에 묶어놨던 돈을 다른 은행 계좌로 곧장 옮겼다.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빚어지면서다. A씨는 “인터넷은행이 직관적이고 편리해 애용하고 있었지만,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인한 불신이 커지면서 큰 돈을 관리하기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 계좌에 있는 돈을 빼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찰나 카카오뱅크의 파킹통장 ‘세이프박스’ 기본 금리가 올라 연 2.60%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여유자금을 관리하기로 했다. B씨는 “먹통 사고가 찝찝하긴 하지만 카뱅의 금융 시스템은 문제가 없었다고 해 이왕이면 금리 수준이 높은 세이프박스로 돈을 보관하려고 한다”고 했다.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 중단 사태가 금융 계열사의 카카오뱅크의 뱅크런(은행 고객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선도하는 혜택과 서비스 강화로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카카오뱅크는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일부 서비스 장애로 고객 이용에 불편이 초래됐다는 지적이 일자 비상대응특별점검반을 신설, 떨어진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상대응특별점검반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위원장을 맡아 위기상황대책본부 내 꾸려진 조직으로, 화재 및 재해 등 각종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카카오뱅크 데이터센터 및 앱의 비상 상황뿐 아니라 카카오톡 등 외부 연계 서비스의 오류로 인한 비상 상황에도 고객의 자산과 데이터를 보호하고,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 서비스 장애로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며 “비상대응특별점검반 구성을 계기로 고객의 자산과 데이터를 안전히 보관하고 서비스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지난 19일부터 예·적금 기본 금리를 최대 1.20%포인트 인상했다. 파킹통장 ‘세이프박스’ 기본 금리의 경우 0.40%포인트 인상해 연 2.6% 금리가 적용된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고객 혜택 강화에도 카카오뱅크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최근 수신 잔액 급증 추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은 34조556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806억원 급증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 고객들의 타 은행 갈아타기 인증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수신 잔액 증가 추세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는 화재 전후 수신 잔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유의미한 수신규모 변화는 없으며, 누적 기준 고객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카카오뱅크가 이달 말 출시를 앞둔 개인사업자 뱅킹도 고객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개인사업자를 위한 통장과 대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으로, 개인사업자가 개인 자금과 사업 자금을 직관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100%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지점 방문 없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토스뱅크, 케이뱅크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중 세 번째 기업대출 진출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 뱅킹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법인 고객으로 본격 확장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최근 이미지 실추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 리스크가 큰 개인사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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