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社는 왜 책임 안 져?” 뿔난 영국인들, ‘우체국 스캔들’이 뭐길래

  • 등록 2024-01-10 오후 4:26:05

    수정 2024-01-10 오후 6:10:59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회계 시스템 오류로 저지르지도 않은 ‘횡령’ 누명을 쓰고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오른다면 어떨까. 수십년 전 영국에서 발생한 ‘우체국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영국 내에서 이 사건을 촉발시킨 일본 IT회사 후지쓰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영국 우체국 인스타그램 캡처)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를 소집하고 일명 ‘우체국 스캔들’과 관련한 사안을 다뤘다. 총리실 대변인은 “조사 결과 사실이 확인되고 밝혀지면 법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책임이 있는 사람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후지쓰 경영진은 다음 주에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청까지 받은 상황이다.

수십년 전 ‘우체국 스캔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4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이 방영되면서다. 총 4편으로 이뤄진 이 드라마는 영국 웨일스 지역 우체국 점주인 앨런 베이츠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우체국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영국 우체국은 지난 1999~2015년 후지쓰의 회계 시스템 ‘호라이즌’을 도입해 사용하며 회계 오류가 발생했는데, 이 오류로 우체국 직원들은 저지르지도 않은 횡령 누명을 쓰고 형사 처벌을 받거나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다.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에서는 이러한 실화를 다루면서 당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조명했다.

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 포스터. (사진=IMDb 홈페이지 캡처)
‘우체국 스캔들’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된 이들은 700여명이 넘는다. 민영 우체국을 운영하던 우체국 점주들은 회계 오류로 수만 파운드에 달하는 공백이 발생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이러한 손실을 사비로 메꾸거나 절도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과정에서 최소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살아남은 이들도 동네에서 ‘횡령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회적인 비판을 받아야 했다.

후지쓰의 회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2009년에서야 밝혀졌다. 당시 영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컴퓨터 위클리’가 문제를 제기했고, 피해자 500여 명이 집단 소송을 걸어 2019년에 시스템상 오류가 있었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중 유죄 판결이 번복된 건수는 93건에 불과했고, 보상금도 극히 일부만 지급됐다고 한다.

드라마 방영 이후 영국에서는 지난 2012~2019년 우체국장을 역임한 파울라 베네스가 받은 대영제국 훈장을 박탈해야 한다는 온라인 서명이 일주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후지쓰는 우체국 스캔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번 분노에서 후지쓰의 역할이 무엇이냐. 이 회사는 이번 사태에서 잘 드러나지도 않았고, 우체국 계약을 포함해 영국 공공부문 계약을 계속 받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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