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DG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황병우 대구은행장으로 결정됐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황 은행장 앞에는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DGB금융의 성장성 제고라는 큰 과제가 놓였다.
| 황병우 대구은행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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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회장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6일 DGB금융그룹 회장 최종 후보자로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는 다음 달 주주 총회를 거친 후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회추위는 황 은행장에 대해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며 “우수한 경영관리 능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시중지주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DGB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황 행장은 1967년생으로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한 후 은행·지주에서 비서실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쳤다. 황 행장은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대구·경북 지역 기반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차기 DGB금융 회장의 최대 과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구은행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 △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등 주요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1분기 내로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통과하면 1992년 평화은행(우리은행으로 합병) 이후 32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탄생한다. 1998년 IMF 당시 대동은행(대구)과 동남은행(부산)이 폐업한 뒤 26년 만에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불거진 ‘고객 계좌 불법 개설’ 사고로 전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000여 개의 증권계좌를 불법 개설했다는 의혹으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차기 회장은 먼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DGB금융 차기 회장이 내부통제 재정비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행장직을 겸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GB금융의 성장성을 높이는 것도 차기 회장의 중요한 과제다. DGB금융의 연도별 당기순이익은 2018년 3614억원, 2019년 2810억원, 2020년 3422억원, 2021년 5031억원, 2022년 4016억원, 2023년 3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만 보면 3대 지방 금융그룹 중 가장 작은 순이익 감소폭을 보였지만 증권·캐피털 계열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금 압박 등은 여전하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도 DGB금융의 차기 회장의 큰 과제다. 시중은행 전환 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대구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점포가 많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비대면에서 입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은행도 시중은행 전환 후 핵심 전략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의미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세웠다. 또 사명도 대구은행에서 ‘iM뱅크’로 변경해 시중은행으로서의 대중적 입지를 키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