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전통시장 죽는다?…현실은 ‘정반대’

[대형마트 규제 역설]②대형마트 휴업일 바꾸니 ‘윈윈윈’…“규제가 틀렸다” 입증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후 6개월 효과 ‘선명’
서울 등도 휴업일 변경 탄력받나…“속도전 어려워도 추진”
“대형마트·소상공인 상생안, 새로 고민해야”
  • 등록 2023-09-19 오후 6:58:41

    수정 2023-09-19 오후 7:15:32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대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 뒤 6개월 동안 일어난 변화는 ‘고무적’이었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인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냈다.

그간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가 오히려 주변 상권에 독이 되고 있단 지적들이 수치로 입증됐단 점에서 이제 관심은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쏠린다. 의무휴업일 변경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간 상생방안을 새로 모색해야 한단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의무휴업 변경에 ‘낙수효과’ 골고루

19일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통시장 매출액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 60곳의 의무휴업일을 매월 2·4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전통시장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2.3% 늘었다. 특히 대형마트 휴무일이 바뀐 2·4주 일~월요일만 비교해보니 매출액 증가율은 34.7%로 2.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이 죽는다’는 명분이었으나 현실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의무휴업 변경에 따른 낙수효과는 슈퍼마켓·음식점 등 중소유통업계에도 미쳤다. 소매업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9.8% 늘었는데 특히 음식점과 편의점은 각각 25.1%, 23.1% 증가해 다른 업종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했다. 일요일 대형마트가 문을 열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이러한 매출 신장 효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선명하다. 소매업 매출 증가율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 중인 부산 16.5%, 경북 10.3%, 경남 8.3% 등 인근 지자체보다 높았다.

대형마트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슈퍼마켓은 2·4주 일요일 매출이 1.6% 감소했다. 대신 대형마트가 쉬는 2·4주 월요일의 슈퍼마켓 매출이 16.3% 증가해 합친 매출은 9.2% 늘은 걸로 조사됐다. 인근 지자체인 부산 4.2%, 경북 3.6%, 경남 3.0%과 비교해도 매출 신장률이 2배 이상이다.

소비자 만족도는 압도적이다.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525명(87.5%)이 쇼핑 편의성 증진 등의 이유로 의무휴업일 변경을 긍정 평가했다. 이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및 중소유통업계, 소비자 모두 ‘윈윈윈’했단 의미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서울도 휴업일 바뀌나…市 “변경 시 지원”

이번 조사결과가 의미있는 건 대구가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유일하게 기초단체 모두 의무휴업일을 바꾼 곳일 뿐만 아니라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효과를 추적조사해 수치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의무휴업일 변경 논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모두 매월 2·4주 일요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서울시도 산하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4년 동안의 신용카드사용액, 유동인구 등을 분석해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주변 상인의 매출액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업일에 소매업, 외식업 등의 매출액은 영업 일요일 대비 1.7% 하락했고, 온라인 유통업은 13.3% 증가했다.

서울시도 의무휴업일 변경이 필요하단 인식을 갖고 있다. 여당이 과반인 서울시의회에서도 휴업일 변경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의무휴업일 변경은 광역단체 아닌 기초지자체의 권한이란 점에서 고민이 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와 달리 서울은 야당 소속 구청장들이 많아 정치적 지형이 다르다. 또 중구와 서대문구, 동작구처럼 대형마트가 없는 자치구도 있다”며 “서울시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휴업일 변경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이유”라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마트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단시간 내에 변화를 이뤄내긴 쉽지 않다”면서도 “자치구에서 자발적으로 휴업일을 바꾼다면 시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의무휴업일 변경에만 국한하지 않고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전통시장간 상생방안을 새로 모색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로의 소비 집중이 가속화해 오프라인 중심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이 함께 고전하고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은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는데 루저(패배자)끼리 싸우는 형국”이라며 “예를 들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한 것처럼 지자체와 대형마트 업계, 소상공인이 모여서 시장 현대화·콘셉트화에 합의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여주면 대형마트 규제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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