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사고 그후…레미콘·시멘트업계에 불어닥친 역풍[줌인]

두 달 넘게 작업 멈춰…삼표發 `골재 부족` 심화
수도권 공급 13% 부족…가격 인상 후폭풍까지
`시멘트 대란`인데 월 13만톤 생산중단…증산은 어떻게
중대재해법 강도 높은 수사로 작업중지 장기화 우려
임채운 교수 "사고방지 노력, 절차 등을 들여다봐야"
  • 등록 2022-04-07 오후 5:00:18

    수정 2022-04-07 오후 9:15:19

지난 2월 3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합동감식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사고가 터진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두 달 넘게 작업이 멈춰선 상황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레미콘 업계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수도권 최대 골재 생산업체인 삼표산업 주요 채석장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뜻하지 않은 ‘골재 대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설 명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월 29일 골재 채취 작업 중 토사 붕괴로 중장비 운전원 3명이 사망했고,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중대재해법 조사를 이어가는 고용부는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을 중지시켰고, 언제 재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삼표發 ‘골재 부족’ 심화…가격 인상 후폭풍까지

레미콘은 골재와 시멘트, 물 등 원재료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특히 레미콘에서 골재가 차지하는 배합 비중은 80%에 달한다. 골재 수급은 지역별 자체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수도권 부족분을 인근 지역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가 난 양주 채석장은 연간 약 390만㎥ 골재를 생산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제시한 수도권 산림골재 공급 계획량(2900만㎥)의 13.3% 수준이다. 특히 양주 채석장에서 생산된 골재는 산림골재 중에서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순환골재 등 대체골재는 품질이 일정하지 못해 콘크리트 품질 저하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골재 업계 관계자는 “골재는 싼데 무거운 제품이다. 원거리일수록 물류비용이 높아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이번 달부터 건설공사 성수기가 시작되는데, 단기간에 골재 생산량이 늘어나기 어려워 골재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골재 공급 부족으로 가격도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 3월 골재 가격은 1㎥당 1만 5000원으로 연초보다 7% 이상 올랐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통상 1분기는 비수기로 꼽히는데, 삼표산업 생산 중단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골재 가격이 최근에 많이 올랐다”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30%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쌍용C&E 동해공장(사진=쌍용C&E 제공)
‘시멘트 대란’에 월 13만톤 생산중단…증산은 어떻게

시멘트 업계도 중대재해법 시행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2월 21일 쌍용C&E 동해공장 시설물 관련 건설공사 중 시공사 직원이 3m 정도의 높이에서 추락, 병원으로 이송한 뒤 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했다.

중대재해법 조사가 진행되면서 동해공장에 있는 7개 생산설비 중 추락사고가 났던 4호 설비는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월 13만톤의 시멘트 생산이 줄어들게 됐다. 최근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건설 현장 곳곳에서 시멘트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13만톤 생산중단이 미치는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멘트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2분기 증산을 발표한 상황이라 쌍용C&E로서는 첩첩산중이다. 정부는 지난 6일 대책회의를 열고 2분기 생산량을 1432만t으로 전분기 대비 35.7% 늘리기로 했다. 생산설비인 킬른 가동을 10기 더 늘려 총 32기를 돌리고, 월평균 약 38만t 규모인 수출 물량의 일부를 내수로 전환하기로 했다.

동해공장과 영월공장에 총 10기의 킬른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C&E는 정부 증산 요구에 맞춰 예정된 킬른 재보수를 늦추는 등의 방안을 통해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멘트 생산은 고온의 공정을 거치기에 킬른을 일정기간 돌리고 재보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재보수에 한 달 이상 걸리는 만큼 쌍용C&E는 1년 내내 1기 이상의 킬른 재보수를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조사로 이미 1기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에서 증산을 위해 또다른 킬른의 재보수를 미루게 되면 재보수 일정이 꼬여 차후 생산량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소·중견기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강도 높은 수사로 작업중지 기간이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레미콘이나 시멘트 업계 사례처럼 해당 업체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커질 수 있어서다. 삼표산업의 경우 사고 현장뿐만 아니라 사업장 전체에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져 이미 생산한 제품도 출고하지 못하고, 설비 점검·보수도 전면 차단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3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작업중지 기간은 평균적으로 40.5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첫 사고인 삼표산업은 이미 70일이 넘어간 상황이다. 중대재해법의 과도한 처벌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 무리한 경영책임자 수사 등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컸던 만큼 고용부가 내놓을 첫 수사결과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엄격한 중대재해법 집행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너무 엄격하고 경직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그 과정에서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나 절차를 얼마나 준수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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