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직격탄 날린 덩샤오핑 아들…"中, 제 주제 알아야"

  • 등록 2018-10-30 오후 2:57:03

    수정 2018-10-30 오후 2:57:03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덩푸팡이 지난달 열린 중국 장애인연합회 총회에서 “우리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냉철한 마음을 지니고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덩샤오핑의 장남인 덩푸팡은 문화대혁명 시기 다리를 다쳤고 현재 중국 장애인연합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덩푸팡은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이 때, 우리는 평화와 발전의 방향을 고수해야 하며, 협력적이고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거만하게 굴어서도 안 되며,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자체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덩푸팡은 자신의 아버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정책 노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덩푸팡은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며 “사회 구조와 가치관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이고 역사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덩샤오핑은 중국의 사회주의 발전에 많은 세대가 걸릴 것이며, 길고 힘들고 복잡한 길이 될 것으로 봤다”며 “우리는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악물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덩푸팡의 이 같은 발언은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며 권력 집중을 꾀하는 시 주석의 정책 방향이 아니라 대외 개방, 정치 자유화, 시장 경제, 사회적 관용 등을 강조했던 덩샤오핑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해석된다.

마오쩌둥 시기 문화대혁명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던 덩샤오핑은 1인 독재를 피하고자 했고 국제 외교전략으로도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기조를 펴며 서구와의 충돌을 피했다.

반면 시 주석은 지난 3월 개헌을 통해 10년 이상 당과 국가를 통솔할 수 있는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게다가 외교노선 역시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중국의 민족주의와 결합하며 국민들의 지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경계심을 일으켜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약속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며, 덩샤오핑의 유명한 정책은 공허한 구호로만 남아있다”고 말해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더구나 덩푸팡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그의 발언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크다. 덩푸팡은 1968년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베이징의 한 건물 3층에서 몸을 던진 후 하반신 불구의 몸이 됐고, 1988년 중국장애인협회를 창설해 오랜 기간 주석직을 맡았다.

중국장애인연합회는 8300만명의 중국 장애인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5년 만에 열린 지난달 총회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이 전원 참석하기도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존슨 연구원은 “덩푸팡의 연설은 현 정책 방향에 의문을 던지고 토론을 장려했다는 점에서 민주화를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며 “다만 이러한 용감한 행동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설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달리 양 교수는 “당내 비판으로 인해 중국의 외교노선에 이미 변화가 왔을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중국으로 초청한 것은 변화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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