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 뛴 게 식당 탓이냐"..외식가격 공개에 자영업자 한숨

정부,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공표제' 시행
12개 품목, 62개 브랜드 선정해 매주 발표
본보기성 '핀셋규제' 논란..실효성 의문도
"영업제한에 가격까지 통제하나" 볼멘소리
  • 등록 2022-02-23 오후 4:47:24

    수정 2022-02-23 오후 9:12:31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정부가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외식가격 공표제’를 강행하면서 업계와 가맹점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투명한 가격 정보 공시라는 명분과 다르게 시장의 순기능이 왜곡될 수 있는 역효과가 예상되면서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4개월간 외식 프랜차이즈 12개 품목의 주요 메뉴 가격 인상 동향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위치한 거리 모습.(사진=뉴시스)
2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및 ‘The(더)외식’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 2월 3주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을 발표했다. 주요 외식 품목의 가격과 등락률을 매주 수요일 공표하는 외식물가 공표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이후 첫 조사 자료다.

주요 외식 품목으로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12개를 선정하고, 각 품목을 대표 사업으로 하는 업체(혹은 브랜드) 62개를 꼽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 기준 매장수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가맹사업) 브랜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표 대상 업체들은 ‘낙인 찍기’ 혹은 ‘핀셋 규제’ 아니냐며 선정 기준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일부 품목의 경우 가맹점 매장수 100개 미만 브랜드도 포함된데다 프랜차이즈사업을 하지 않는 외식업체들도 집어넣으면서다. 100% 직영점 운영 체제인 ‘스타벅스’와 ‘KFC’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대표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따른다. 짜장면의 경우 대개 동네 중국집(중식당) 배달과 전문 레스토랑 방문 등으로 소비가 이뤄지는데 이번 외식가격 공표제 대상에는 ‘홍콩반점0410’, ‘이비가짬뽕’, ‘홍짜장’ 단 세 곳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돼지갈비는 무한리필 시스템인 ‘명륜진사갈비’ 단 1곳뿐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는 정부 입장에서 가격 정보 수집이 수월한 프랜차이즈 업체 위주로 선정에 따른 맹점으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력과 비중이 낮은 일부 브랜드 가격이 마치 전체 시장을 대표하는 꼴이 되면서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외식가격 공표제는 이러한 업계 안팎의 형평성 논란뿐 아니라 실효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제도 시행으로 각종 사회적 비용과 위화감은 유발시키지만 소비자와 기업, 소상공인 등 민간이 얻는 효과는 미미하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가 물가 상승 책임을 외식업계에 떠넘기며 ‘남 탓’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따른다.

정부는 매주 대상 브랜드와 품목 가격을 파악해 전주 및 전월과 비교해 발표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물가 인상에 따른 제품 판매 가격 조정이 길게는 몇 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만큼 매주 비교 통계를 내는 건 관련 인력과 비용 등 자원 낭비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날 발표한 2월 3주 가격 동향 62개 브랜드의 150개 대표 제품 중 단 14개만 전주 대비 변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 가맹점들의 울분도 커지고 있다. 공표 대상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마치 상습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본보기’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맹점을 운영하는 건 대부분 생계를 위한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외식업계가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사실상의 가격 통제로 숨통을 더 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요인 발생하면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는게 시장논리인데 이걸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건 상식밖의 발상”이라며 “먹거리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일단 뭐라도 하고 보자는 보여주기식 뒷북 탁상행정이지만, 결국 시장 가격 통제로 이어지며 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고 소비자들의 혼란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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