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올해 5월 임기를 마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새해를 맞아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제안이라면서 ‘인구 절벽’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로 꼽았다. 그러면서 장기적 국가 과제로 지속 추진하기 위해 개헌안에 최우선 국가 과제로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 감소 관련 대책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개헌을 쉽게 하기 위해 이번 국회 안에서 ‘개헌절차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
김 의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 못한 것은 제22대 국회가 이어서 반드시 구체화시켜야 할 중요한 ‘대한민국 미래 의제’”라며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인구 절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6년 이후 17년간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원을 투입하고 있어도 오히려 합계 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감소했다”면서 “실패한 이유 중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분절된 정책 추진이 큰 원인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구난방식 대책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만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긴 안목으로 최소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을 갖고 보육·교육·주택 세 가지 정책의 혁신에 집중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일관된 정책수단과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개헌안에 첫 번째 국가 과제로 인구 감소 대책을 명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정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다음 국회에서라도 개헌 작업을 위해 이번 국회 남은 기간 안에 개헌절차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과제 해결에 필요한 국민의 뜻을 모으고 과정과 절차를 규정한 개헌절차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개헌을 위한 상설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회의원 임기와 무관하게 개헌 논의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 참여 회의를 구성해 공론제도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인구 감소 현실 속에서 출생률 회복과 병력·인력 부족 문제 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각 종교계가 협력하는 보육 혁신 △인공지능(AI) 교육으로 사교육비 혁신 △고교 졸업자 국방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통한 ‘한국형 탈피오트’ 구축 △재외 동포 복수 국적 허용과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및 이민자 유치 △경기 남부권 한국형 ‘K-실리콘 밸리’ 조성을 통한 연구·개발(R&D) 집중 및 우수 인력·투자 자본 유치 등을 제시했다.
한편 김 의장은 현재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정쟁 사안인 이른바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 ‘쌍특검법’을 두고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야가 많이 의견을 좁혀 가면서 한두 가지 의견 차이를 놓고 어제(3일)도 모였고 또 내일(5일)도 모일 것”이라며 “과거 세월호 참사 때를 보면 법안이 합의 처리가 되지 않으면 운영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경험이 때문에 꼭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법의 정부 이송과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이 안건은 특별히 빨리해야 할 이유도, 늦춰가면서 할 이유도 없다. 이 법안이야말로 가장 첨예한 여야 간의 대립,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라며 “결정하는 사람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국민은 늘 옳은 판단을 해온 게 제 경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