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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시총은 연초부터 1조7000억달러 증발했다. 중화권의 글로벌 시총 점유율은 2015년 6월 20%에 육박했지만, 최근 10%대로 떨어지며 반토막났다. 미국과 중국의 시총 격차는 팩트세트가 관련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특히 미국 나스닥 7대 빅테크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가 지난해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중국 증시의 시총을 추월한 가운데 올 들어서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M7 시총은 12조9361억달러로 7조9941억달러인 중국을 크게 앞선다. 지난해 같은 기간(6일 기준) 중국이 11조471억달러로 M7(8조2979억달러)에 비해 우위를 점한 것과 상반된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인도로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홍콩 증시가 폭락하면서 지난달 22일에는 시총이 처음으로 역전되기도 했다.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 위상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총 순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시총 상위 50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은 236개사로 3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반면 중국 기업은 35개에 불과해 60% 줄었다. 특히 검색업체 바이두를 비롯해 전자상거래업체 징둥그룹, 전기차 기업 상하이자동차 등은 글로벌 시총 500대 기업에서 아예 빠졌다.
경기체감도와 AI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중국과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국 빅테크가 글로벌 AI 기술 개발 경쟁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면서 관련 기업에 투심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시가총액 6위인 미국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반도체 칩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를 떠나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자금배분을 재검토하며 인도와 일본이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과 중국 증시의 온도차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최근 폭락한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갖가지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체질)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심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내수 부진, 부채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로 보기엔 미흡하다”며 “펀더멘털 개선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면,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있는 미국 증시와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