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보유한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올해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utadiene·BD) 가격이 연초 이후 약 50% 급등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부타디엔 가격은 3월말 1500달러로 지난해 말 980달러에서 약 53% 급등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이 기간 4%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기초유분 제품 가운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부타디엔은 나프타 크래커(NCC)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얻는 원료로, 나프타 투입 시 생산량은 10% 미만으로 소량 생산된다. 주요 화학사들 매출 비중은 낮지만 부타디엔 가격이 상승하면서 석유화학사들은 3월 이후 NCC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부타디엔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여름 파리올림픽 전후 가전 신제품 출시로 고부가합성수지(ABS) 수요가 늘어나는 7~8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연고무 가격 상승으로 타이어업체들도 합성고무 재고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분기 정기보수로 인해 아시아 시장 공급물량도 줄었다.
이에 올 2분기 석유화학사들의 흑자전환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롯데케미칼에 대해 황 연구원은 3월 이후 부타디엔 급등으로 2분기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올해 연간 흑자가 예상된다고 봤다. 올 초만 하더라도 3년 연속 적자 전망이 우세했었다. 또 연산 15만톤의 부타디엔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한유화도 2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유화는 NCC설비 가동률도 기존 80%에서 3월부터 90% 수준으로 확대했다.
다만 타이어부터 운동화 밑창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부타디엔 가격 상승으로 2분기 이후 가격 전가가 이뤄지면서 한국타이어 등 후방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타디엔이 기초유분 제품 가운데 차지하는 생산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화학사들 실적에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되려면 유럽 제조업 회복 등에 따른 수요 회복이 근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