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곡동 살인사건' 유족, 11년 만에 국가배상 받는다

'성폭행 전과' 서진환, 2012년 서울 중곡동서 주부 살해
1·2심은 패소…"인과관계·법령위반 아냐"
대법, 원심 깨고 국가 책임 인정…"현저한 잘못" 파기환송
  • 등록 2023-02-01 오후 4:55:04

    수정 2023-02-02 오후 4:54:05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중곡동 살인사건 피의자(사진=연합뉴스)
2012년 ‘중곡동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유족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고법 민사19-2부(김동완 배용준 정승규 부장판사)는 1일 피해자 남편 A씨와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손해배상금 약 9375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595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앞선 2012년 8월 20일 피해자(당시 37세)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자택에서 서진환에게 살해됐다. 서진환은 해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3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A씨와 자녀들은 당시 경찰 공무원들의 부주의로 피해자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성범죄 전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로 보호관찰을 받던 서진환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특히 서진환은 살해 직전인 2012년 8월 7일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상태였다. 경찰이 범행 장소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었는지 확인했다면 서진환을 빠르게 검거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유족 측 입장이었다.

유족 측은 서진환이 2004년 강도 및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확정받아 2011년 8월 출소한 후, 그의 거주지 관할 경찰이 재범 예방을 위한 첩보수집 대상자로 서진환을 분류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1심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의 잘못과 B씨가 살해된 것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전자발찌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진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다른 기초 수사를 충실히 했고, 경찰의 첩보수집에 관한 규칙은 경찰청 내부 규정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유족 측은 경찰뿐만 아니라 보호관찰기관 공무원들이 위법한 직무수행을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서진환의 재범 위험성 평가는 서울보호관찰소 관내 9위에 해당해 관련 규정에 따라 전담보호 관찰관이 월 3회 이상 대면접촉을 하고 이동 경로 등 일일감독 소견을 시스템에 입력해야 했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은 경찰과 보호관찰소 공무원들의 업무 수행에 위법이 없었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전 보호관찰소의 서진환에 대한 대면접촉이 충실히 이뤄졌고 일일감독 소견은 법무부 내부 지침일 뿐 명시적 규정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사는 경찰의 전문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은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에서 위법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경찰관의 최초 범행 장소 부근 장치 부착자에 대한 확인조치가 미흡했다”며 “또 보호관찰관의 주기적 감독 미시행 부분은 현저한 잘못으로써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원고 패소 판결이 파기돼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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