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전 의원 "潘 불출마 소식에 절망..훌륭한 분 잃어"

반기문 캠프 실무진 이상일 전 의원
"절망스럽고 송구함과 자책감들어"
  • 등록 2017-02-02 오후 4:11:02

    수정 2017-02-02 오후 4:20:12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이상일 전 의원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대선 불출마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반 전 총장 귀국 직후부터 줄곧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왔다.

이 전 의원은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같은 분이 대선 무대에서 퇴장했기에 절망했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시절 1995년 외교부를 출입하면서 당시 외교정책실장이던 반 전 총장을 처음 만났다”면서 반 전 총장과의 첫 인연을 회고했다. 이어 “왜 많은 분들이 그의 인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회의할 때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려심, 지적과 비판을 메모하며 경청하고 수용할 건 바로 수용하는 유연성과 겸허함, 참모들의 접근에 칸막이를 치고 제한을 가하지 않는 열린 태도” 등을 언급하며 “‘이 분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가 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반 전 사무총장을 위해 일한 지난 한 달을 “특별히 행복했던 기간”이라고 표현했다. 또 “정치를 바꿔 나은 미래를 열겠다는 반 전 총장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정치교체의 대의(大義)가 옳다고 믿었기에 신바람이 나서 일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처럼 반 전 총장에 대한 신뢰가 컸기에 그의 대선 불출마 소식에 “절망했고 자책감에 빠졌다”면서“‘도움다운 도움을 드리지 못한 탓 아닌가’ 하는 송구함과 ‘정치적으로도 훌륭한 자질을 지닌 분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 정치현실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 소설 ‘주홍글씨’의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지 못할 죄(unpardonable sin)은 다른 사람의 ‘마음의 성역’을 침범하는 일’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몇몇 유력하고 유명한 정치인의 말과 태도는 반 전 총장을 만났을 때와 밖에 나와 언론을 통해 얘기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면서 “자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반 전 총장의 체면을 깎아 내리고, 반 전 총장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들을 서슴없이 뱉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들의)위선적인 태도에 반 전 총장은 환멸을 느꼈을 것이고, 근거없는 허위사실과 가짜뉴스를 활용하면서 그를 공격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야비함에도 절망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또 반 전 총장이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국가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 어떤 방법으로든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 전 총장은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정치교체의 씨’를 뿌린 것”이라면서 “그 씨를 잘 가꾸는 건 이제 후배들의 몫이다. 반 전 총장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간 성취하고 이룩한 모든 것을 꼭 쓸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응원하고 격려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이상일 전 의원의 입장 전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를 안타까워하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위해 일한 지난 한달 간은 특별히 행복했던 기간이었습니다. 정치를 바꿔서 나라의 더 나은 미래를 열겠다는 반 전 총장의 진정성을 그 분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정치교체의 대의(大義)가 옳다고 믿었기에 신바람이 나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tv토론에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리고 많은 분들과의 만남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정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꾼과 달리 나쁜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반 전 총장이야말로 이 나라의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유엔에서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다른지 지켜봤던 반 전 총장의 경험도 정치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될 거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엄중한 이 때 반 전 총장의 외교력과 경험, 경륜이 꼭 필요하다”는 등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처럼 ‘반기문 정답론’을 주장했던 저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소식에 절망했고, 자책감에 빠졌습니다. “도움다운 도움을 드리지 못한 탓 아닌가” 하는 송구함과 “정치적으로도 훌륭한 자질을 지닌 분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던 1995년 외교부를 출입하면서 당시 외교정책실장이던 반 전 총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를 취재를 하면서 왜 많은 분들이 그의 인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더 가까이서 그의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가 본 그의 진면목은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회의할 때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려심, 지적과 비판을 메모하며 경청하고 수용할 건 바로 수용하는 유연성과 겸허함, 참모들의 접근에 칸막이를 치고 제한을 가하지 않는 열린 태도, 주요 정치인들과의 만남에서 상대방이 보안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라면 대화 내용을 참모들에게 알려주고 의견을 듣는 솔직함과 소통능력 등을 확인하면서 “이 분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가 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분이 대선 무대에서 퇴장했기에 저는 절망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회의도 짙어졌습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의 뜻을 접은 건 우리 정치 풍토, 기성 정치인들의 행태에 절망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보이더라”, “정치인들 중에 마음을 비우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도 하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하더라. 정치란 정말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기자회견 후 참모들과의 대화)라는 그의 얘기는 절망과 환멸의 토로였습니다.

몇몇 유력하고 유명한 정치인의 말과 태도는 반 전 총장을 만났을 때와 밖에 나와 언론을 통해 얘기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들의 계산은 자기를 뽐내고, 자기의 주가만을 올리는 데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반 전 총장의 체면을 깎아 내리고, 반 전 총장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들을 서슴없이 뱉었습니다.

우리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몇몇 유력 정치인들의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인 태도에 반 전 총장은 환멸을 느꼈을 것이고, 근거도 없는 허위사실과 가짜뉴스를 활용하면서 그를 공격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야비함에도 절망했을 겁니다.

<주홍글씨>라는 소설을 쓴 미국 작가 너내니얼 호손은 이 소설에서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지 못할 죄(unpardonable sin)은 다른 사람의 ‘마음의 성역’을 침범하는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몇몇 유력 정치인이나 정당 관계자들, 진영논리에 빠져서 진실과 사실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한 행동은 반 전 총장의 ‘순수한 마음의 성역’을 침범하고 손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에게 질린 반 전 총장의 퇴장에 환호성을 지를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저지른 언행은 그들의 양심에도 가책으로 남을 겁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후 참모들에게 “상의하면 여러분이 말릴 것 같아서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정말 미안하다.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정치를 교체하겠다’, ‘권력 독식을 막고 분권과 협치의 틀을 마련하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순수했습니다. 그런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기성 정치권에 속한 여러 정치인들이 왜곡하고 폄하했지만 반 전 총장과 함께 일한 이들, 그를 지지했던 분들의 마음속엔 ‘그것이 옳은 길’로 남아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정치교체의 씨’를 뿌린 것입니다. 그 씨를 잘 가꾸는 건 이제 후배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의 외교위기, 안보위기를 해결할 정치 지도자로 최적임이었습니다. 외교안보위기는 경제위기, 민생위기로 직결되는 것인 만큼 그의 외교력, 경험과 경륜, 국제적 네트워크가 나라를 위해 꼭 쓰여야 한다는 판단에서 그의 대선 출마를 적극 지지했던 국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에 그가 부응하는 길은 막혔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합니다. 반 전 총장도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 전 총장이 어떤 구상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 모르지만 그는 이 약속을 지킬 걸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정글북>의 작가인 러디야드 키플링의 <만일(If)>이란 시를 좋아합니다.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용기를 주는 대목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이 너를 의심할 때 내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허리 굽혀 낡은 연장을 들어 그걸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걸 한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외교관으로서,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각종 난관을 수없이 헤쳐 온 반 전 총장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간 성취하고 이룩한 모든 것을 꼭 쓸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7년 2월 2일

반기문 전 총장 캠프 구성원이었던 전 국회의원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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