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대란' 원유·천연가스·석탄·면화·곡물값 다 오른다

OPEC+ 추가 증산 않기로…원유가격 폭등
천연가스, 석탄, 면화, 곡물 등 원자재 대란
월가 일각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켜져
  • 등록 2021-10-06 오후 5:48:52

    수정 2021-10-06 오후 9:17:20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전 세계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주요 상품가격이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가 어느덧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은 게 대표적이다. 천연가스, 석탄 등 다른 원자재값 역시 폭등하고 있다.

상품값의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가계 소비 여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공급망 붕괴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폭증하는 와중에 경기가 둔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일각에서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8% 급등한 배럴당 78.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WTI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79.48달러까지 치솟았다. 8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2.56달러로 이미 80달러를 넘었다.

유가가 뛰는 건 공급난 탓이다. 허리케인 피해로 인해 멕시코만 일대 생산 회복이 더딘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전날 석유장관 회의에서 ‘하루 40만배럴 증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서드 브릿지의 피터 맥널리 원자재 담당 대표는 “(증산량이 부족한 만큼) 원유 재고는 당분간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가 산유량을 결정하는 다음 회의는 11월 4일로 예정돼 있다. 이때까지는 원유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말로 가면서 수요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치 원자재 담당 분석가는 “4분기 원유 수요는 예상보다 견조할 것”이라며 “대규모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최근 골드만삭스는 WTI 연말 전망치를 배럴당 87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유가뿐만 아니다. 이날 천연가스 11월물 가격은 100만BTU당 6.30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석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선물가는 t당 26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새 무려 109.8% 폭등했다. 의류 제품의 원료인 면화 선물가는 201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 있다. 설탕, 코코아, 커피 등 주요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예컨대 설탕 선물가는 이날 파운드당 19.8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1년새 50.5% 치솟았다.

상품값 폭등의 원인은 저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그 기본 골격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공급에 있다. 특히 공급망 붕괴 탓에 주요 상품을 실어나르는 운송비가 증가하면서, 원자재 대란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원자재 가격은 생산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기업에 악재다. 기업 생산 비용 증가→기업 실적 하락 우려→소비자 가격 상승→가계 소비 여력 감소→경기 회복 저하 등의 악순환 고리가 생길 수 있다.

월가 일부에서는 ‘딴 세상 얘기’로 여겨졌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현실성 있게 다뤄지는 기류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역시 ‘오일 쇼크’에서 비롯됐다. 클라우디오 피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시장전략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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