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경기 가평 대성리로 소규모 엠티를 떠나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노마스크’로 장을 보던 오모(19)씨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니까 신기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해 온 탓에 다소 어색하기도 하지만 장을 보는 내내 친구들과 눈이 아닌 입으로 확인한 미소를 보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씨는 “서로 다 같이 벗자고 하고 온 건 아닌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조금 민망하긴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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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 10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27개월여 만에 30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권고 조치’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로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이나 수영장, 헬스장 등 운동 시설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대중교통을 비롯한 병원, 약국 등 감염 취약시설에선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도심 내 대형마트,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선 마스크를 벗은 시민이 곳곳에서 해방감을 만끽했다.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주부 50대 A씨는 마스크 없이 계산대 직원과 대화하며 멤버십 적립을 했고, 친구들과 먹거리를 사러 온 이모(19)씨는 활짝 웃으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쇼핑카트를 밀었다. ‘노마스크’를 택한 이들은 대부분 “눈치 보지 않아서 좋다”, “편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조모(55)씨도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 안내를 하지 않아도 되면서 일 부담이 줄었다. 조씨는 “손님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오면 불가피하게 써달라고 해야 했는데 안내할 필요도 없고, 직원들도 안 써도 돼서 편하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또한 “아침에 방문한 손님 100명 중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10명 정도 있었는데 따로 안내 멘트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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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권고 조치로 전환된 첫날이었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 넘게 마스크 착용을 해온 터라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한 데다 피부처럼 일상으로 스며든 마스크를 단번에 벗기는 어색하단 반응이었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은 마스크를 벗기엔 아직 불안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종로구 극장 관계자인 70대 김모씨는 “노년층 관객이 많아 하루에 많게는 200명까지 오는데, 코로나가 빠르게 전파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모(80)씨는 “젊은 사람들은 극장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좋다고 하겠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은 매일 소독한다고 해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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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조정되더라도 마스크의 보호 효과 및 착용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법적 의무에서 ‘착용 권고’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당분간 자발적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