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美충격에 빠트린 웜비어의 죽음…對北정책도 `안갯속`

  • 등록 2017-06-20 오후 4:38:08

    수정 2017-06-20 오후 5:27:55

북한에 억류되기 전 오토 웜비어의 모습. 평범함 미국의 대학생이던 웜비어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된 이후 혼수상태로 석방됐고, 석방 이후 일주일만에 사망했다. 병원 의료진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고 진단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에 억류된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22)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끝에 사망했다.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안 그래도 부정적이었던 반(反) 북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누그러질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도 한층 강경해질 전망이다.

무의식 상태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사망

의식불명 상태로 북한에서 돌아온 웜비어는 치료를 받던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병원에서 1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2시20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 앞선 13일 17개월 간의 억류 끝에 고향에 돌아온 지 엿새 만이다. 사인은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이었다. 미 버지니아대학교의 우등생이던 웜비어는 지난 2015년 12월 중국 여행 중 닷새짜리 북한 여행 패키지에 참여했다. 북한은 고립된 나라이지만 이 때문에 호기심 많은 서양 관광객이 매년 약 5000명 정도 찾는다. 이중 미국인도 1000명 이상이다. 웜비어도 지난해 1월 북한을 여행했으나 돌아가려던 평양 공항에서 억류됐다. 정치선전 포스터를 훔치려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북 사법당국은 2개월 후 열린 재판에서 그에게 15년의 강제노역형을 언도했다.

미 당국은 웜비어 송환을 위해 전방위 외교 노력을 펼쳤으나 한동안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미 당국은 결국 17개월이 지난 이달 초 송환 합의 후에야 그가 의식불명 상태라는 걸 알았다. 의료진은 북한이 보낸 MRI 사진을 토대로 웜비어가 판결 직후인 지난해 4월께 이미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였던 셈이다. 의식불명 사유는 불분명하다. 의료진은 심폐정지로 뇌에 혈액 공급이 멈췄다는 건 확인했으나 왜 심폐정지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 측에 웜비어가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 중독에 걸린 상태에서 수면제를 먹은 후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당국 일각에선 폭력을 의심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웜비어에게 골절 같이 물리적 폭력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웜비어 가족은 무의식 상태인 그의 표정이 처음엔 고통스러워 보였으나 집에 돌아온 걸 알기라도 하듯 점차 평안해졌다고 말했다. 아버지 프레드는 “아들이 겪었을 일을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웜비어가 다니던 버지니아대 총장 테리사 설리반은 “웜비어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웜비어는 올 5월 이곳을 졸업할 예정이었다.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 불명 상태로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아들이 입원 중이던 신시네티 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AFP


얼어붙는 美北관계…“민감한 시기의 죽음”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이로써 더 얼어붙게 됐다. 북한은 최근 미국을 직접 타격하기 위한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 왔고 트럼프도 강경 대응을 천명하며 양국 간 긴장감은 안 그래도 높은 상황이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아시아 담당 수석 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중심의 외교보단 물리력을 앞세운 강경책이 힘을 받으리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윔비어의 죽음은 북한 정권의 만행을 막아야 한다는 미 정권의 의지를 더 확고히 했다”고 말했다.

타이밍도 묘하다. 21일 워싱턴에서 미·중 외교·안보회담이 열린다. 트럼프 정부 설립 후 첫 회담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팡펑후이 중국군 참모총장과 만나 대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셋에 대한 송환 노력 목소리도 커졌다. 북한은 지난 십여년 동안 10여명의 미국인을 불법 입국 등 이유로 억류하고 외교 카드로 활용해 왔다. 워싱턴 싱크탱크 CSIS 동아시아 전문가 보니 글래이셔는 “억류된 미국인을 빼내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 강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 제한조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미 관련법안은 의회내 발의된 상태다. 공화당 소속인 미 하원 외교위원회 에드 로이스 위원장은 “북한은 외국 시민을 수시로 납치하고 비인간적인 강제수용소를 운용하는 곳”이라며 “북한 여행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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